♧ 복사꽃 환한 마을 – 김영재
산그늘 곱게 내린
강물 위로 새 한 마리
어린 내 꿈을 실어
멀리멀리 날아간다
해지고 돌아온 마을
복사꽃이 환하다
♧ 자작나무숲*에서 - 김명수
오시느라 수고했어요
자작나무숲에서 들리는
정겨운 소리
늘씬늘씬 쑥쑥 솟은 나무들이
각선미를 자랑하고
해도 염증을 치료한다는 피톤치크
가슴 가득 채운다
자작나무숲에 오면
눕고 싶고 자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세상 밖에서 묻혀 온
잡념과 오물과 상처들이
각질처럼 떨어져 나가고
뻥 뚫린 파란하늘과 만나면
온 몸의 노폐물을 걸러낸다
자작나무숲을 거닐면
나무와 나무 사이 넘치는
초록빛 향기
마음을 힐링해 주는 피톤치크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의 선물이다
---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을 말함
♧ 사당의 배롱나무 – 소재호
사당 마당귀
사시사철 원죄로 벌벌 떨며
뜨거운 저승의
담 위에 팔 무심히 얹다
화기로 데인 화다닥 붉음
지난 한 생애가
가물가물하거니
저승문은 아직 열리지 않아
요런 꽃나무로나 윤회할까
희디흰 관능의 몸매는 그대로 둔 채
유전의 체온만 바르르 훔치고
서늘한 그늘 한 채 거느리며
이승의 마당 하나 푸성귀 가꾸다
초연히 노을처럼 저물고 싶어
♧ 첫! - 추창호
나를 좋아하면 눈을 감아 보세요
그때 한 첫 입맞춤 유효기간이 없는 건지
‘첫’이란 말에 기대어 여기까지 걸어왔네
♧ 수국 – 강상돈
머리를 말아 올린 이웃집 소녀 같은
수국이 피어 있다, 남국사 돌담길에
비단결 고운 빛깔로 몸치장하고 있는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제18호(선진인쇄사, 2022)에서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경업 시집 '하늘로 흐르는 강'의 동시(2) (0) | 2022.06.12 |
---|---|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2) (0) | 2022.06.11 |
충남작가시선 7 '미소 한 덩이'의 시(3) (0) | 2022.06.09 |
김영기 시조집 '갈무리하는 하루'(3) (0) | 2022.06.08 |
김종호 시집 '날개'의 시(4) (0) | 2022.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