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한희정 시집 '목련꽃 편지'의 시조(3)

김창집 2022. 6. 28. 00:57

*산수국

 

스마트폰 어머니

 

힘든 시집살이도 눈치코치로 넘겼다는

세상이 암만 변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팔순의 무딘 손가락 신세계를 만난다

 

경로당 고스톱보다 배움에 더 목마르던,

진분홍 립스틱에 학사모 쓴 노인대학생

프로필 차렷 자세가 한 그루 나무이다

 

살아 갈 앞날들이 휴대폰 속 풍경이면,

큰 공부 못했어도 삶은 늘 용수철 같아

스윽 슥, 엄지손가락 행복을 밀고 있다

 

 

 

아름다운 역설

 

엄동을 지나고도

그 무슨 위법으로

 

당연히 결백하대도

속수무책 묻히던

 

겨울 무,

꽃대 올리는

안간힘을 보아라

 

 

 

 

충전기 찾으려다

불쑥 나온 마른 탯줄

 

삼십여 년 서랍 안쪽

꽁꽁 숨겨 뒀었네

 

일 인치 끊어진 고무줄

당길 수 없어 아팠네

 

줄이란 줄 다 없애도

소통하는 무선시대

 

연줄 핏줄 끊어내도

다시 뻗는 넝쿨손처럼

 

원뿌리 소유권 찾아

교신 한번 해볼까

 

 

 

검버섯, 그 황당함에 대하여

 

내 몸에 씨로 쓸

균이 아직 남았나

기둥은커녕 받침돌 하나

괴어 본 적 없었는데

어쩐담!

흰 분칠해도

광대뼈가 승천하네

 

어머니, 또 어머니처럼 인생꽃이 필 땐가 봐

길 잃고 헤맬만한데 얼룩얼룩 슬몃 피어,

선블럭 마스크 팩도 거부하는 내력인 걸

 

그래도 나를 딛고

살겠다고 꿈틀대니

여태껏 객식구 달고

살아본 적 없지만

어떻든

애써볼란다

볼연지 찍어 바르듯

 

 

 

운주당 수선화

 

꽃이 피는 뜻은 꽃만이 알 일이다

달빛에 글을 읽던

수선*의 마음일까

정결한

꽃의 권리는

낮은 데로 향했다.

 

소명인 듯 운명인 듯 얼지 않는 향기였다

,

그 이름만 한

걸음걸음 희망이길래

은반의

서릿발조차

가슴으로 품었다

 

---

* 제주선각자이며 애국지사인 우인 고수선을 말함.

 

 

 

                                 *한희정 시집 목련꽃 편지(한그루, 2022)에서

                                                      * 사진 : 산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