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혜향문학' 2022년 상반기호의 시(3)

김창집 2022. 6. 26. 00:04

 

초승달 김용길

 

부처님 집에서

밤을 새우다

 

늙은 짐승 같은 건너 숲속

밤바람 울리는 소리

 

들창 열면

대웅전 처마 끝

풍경처럼 흔들리는 초승달

 

깊은 허공 사이

부처님 눈썹 반쪽

 

 

 

의료 민영화 김종석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사람이 돈 만들고

돈이 사람 살린다

 

사람 살린다?

사람 살린다!

사람 살린다……

 

아팠다 하면

서민들

민영화 병원은

 

 

 

춘분 오영호

 

움츠린

구상나무

뽀얀 가지 끝에

 

겨우내

봉인된 꿈

햇살이 뜯어낼 때

 

연둣빛

생명의 무늬

내 손금에 번지네

 

 

 

샹그릴라의 꿈 이창선

 

허공에 춤을 추는 하루살이 군상群像

그 속에 휩쓸려 미물로 살아왔다

욕망이 자라고 자라 높아가고 빨라간다

 

티베트 불교의 전설이 파드마삼바바*

이상향인 연꽃에서 다시 부활하여

중생을 구제하면서 이상사회를 만든다

 

말없는 소유욕 그마저 부질없다

남북극 빙하들이 맥없이 무너진다

마음의 어리석음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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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드드 삼바바 : 티베트 불교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부처는 자기가 죽은 뒤 파드마 삼바바(蓮華生)’라는 이름으로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에 따르면 파드마 삼바바는 연꽃 봉우리 안에서 태어난 부처님이라고 한다.

 

 

 

내장사에서 - 임관표

 

덮은 것은 그것뿐이랴

겨울 눈꽃의 향연을 보며

세월의 무상을 느끼고

내 삶의 영혼이 숨 쉴 때를 기다린다.

 

선홍빛 적우赤雨는 지천을 물들이고

만산을 이고 선 설화

순수 그 자체

비죽비죽 솟은 암봉

한밤중에 쏟아져 내려

수선화와 인사 나누고

 

날개 돋아 승천한 우화정

순백의 풍경에 드리워진 채

웃음 밭 태우는 참회

잠들 시간이 없었다.

 

한 생각 쉬면

형상 없는 마음 따라 일어서는 화두 하나

꼿꼿하게 서 있는 금송金松처럼

미소 머금고 전신을 떨고 있다

 

두 손 모아 합장하면

해가 되고 달이 되어

아무도 어디에서 올 길 모르는데

나만 홀로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장군 피빛 서린 가슴

이승에서 저승 가는 길

그 길을 넘어 녹두꽃을 피웠네

 

 

                                * 혜향문학2022년 상반기호(18)에서

                                                * 사진 : 관음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