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이 하늘더러 – 안창흡
진실로
진실로
구름이고
싶었다
무념무상
자유자재
한라산
구름이고자
구세사
풀어내듯이
하늘에 뜬
십자가
♧ 너란 봄 - 이명숙
사랑을 입에 달고 살기 어디 쉬운가
웃음을 입술 끝에 두기 어디 쉬운가
겨우내 졸인 눈물로 피워야 할 꽃인 걸
♧ 묘미 - 김양희
나로 살고 있을까
역할로 사는 걸까
결명자 애를 녹여 명주에 물들이며
다 좋다
바라던 색이어도
의외의 색이어도
♧ 섬에서 섬을 보다 - 오창래
삐딱하게 돌아앉은 저 섬 여서도를 보라
그곳에선 몇 가구의 생활 터전인지 몰라
동경심 떠 흐르는 섬 탐방기회 있을까
이와 같이 맑은 날에 더 가까이 보일 때는
망설임만 하지 말고 저 섬 한 번 찾았으면
그때다, 갈매기 하나 솟구치며 손짓하고
로프쯤 동여맨 후 당겨볼 순 없을까
조금씩 더 조금씩 손닿을 듯 다가앉는
오늘은 이쯤에 두고 바라보면 좋겠다
♧ 엉거주춤 노거수 - 고해자
-팽나무
아랫동네 옛 골목길 조금만 돌아들면
이끼 낀 돌담 근처 가빠지는 들숨날숨
삼거리 이정표처럼 약속인양 지킨 터
맴돌듯 앉은 자리 동네의 쉼팡으로
왼팔도 내어주고 오른팔도 다 내줬듯
젊은 날 주마등처럼 스쳐가듯 아닌 듯
묵묵히 숙제하듯 한 세월 헤다헤다 어디서 놓쳤는지 나이마저 묻지마라
가만히 눈빛 맞추자 굽어보다 되묻네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 (황금알, 202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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