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고산리 차귀도 트레일(1)

김창집 2022. 12. 11. 00:39

*자구내포구에 말리고 있는 오징어

 

차귀도 유람선에 오르며

 

  자구내 포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주변을 둘러본다. 언제나 한결 같은 풍경들. 우선 긴 줄에 매달린 한치(오징어)에 눈이 간다.

 

  물 건너온 사람들은 얼핏 ! 이곳에서 한치가 많이 나나 보다.’ 할지 모르지만, 요즘 한치 낚는 시기가 아닌 것을 아는 제주사람들은 누구도 저게 제주산이라는 걸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그런 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곳 자구내의 해풍에 꾸덕꾸덕 마른 반 건조 오징어를 준치라며 즐긴다.

 

  또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 자구내 포구를 지켜온 고산 옛 등대인 도대불이다. ‘도대불이란 어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제주시 화북포구나 조천읍 북촌리 등 몇 곳에 燈明臺(등명대)’라 새긴 것을 보면, 등대가 없는 작은 포구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고산 향토지에 1941년에 축조되었다고 하나, 지금의 것은 방파제 위에 시멘트를 사용해 제대로 수평을 맞춰 세운 것을 보면, 포구 확장공사 때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자구내 포구에 서 있는 도댓불

 

차귀도 천연보호구역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 차귀도(遮歸島)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22호이다. 2000718일에 지정되었는데, 섬의 면적은 155861이지만 천연보호구역은 인근 바다 수역 6.72까지 포함된다. 본섬인 죽도를 비롯해 주변의 지실이섬, 누운섬[와도] 등도 포함되는 것이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차귀도는 대부분 응회암(凝灰巖)으로 구성되었는데, 가까운 본섬 해안에 자리한 수월봉처럼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이루어진 수성화산체 화산쇄설구(hydrovolcano). 이는 분화시 마그마가 물과 결합하여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 화산체라는 것이다. 그 분화의 중심으로 장군바위를 지목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섬 동쪽에 분포한 응회암들에는 해식애(海蝕崖)로 이루어진 암석해안이 잘 발달되었는데, 단애면을 보면 해식동굴이나 벌집과 같은 구조의 타포니가 많이 나타난다.

 

*차귀도의 모든 섬

 

차귀도의 역사

 

  자구내 포구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섬이어서 10여 분만에 도착하여 차귀도 땅에 발을 들여 놓는다. 제주도 지명을 연구하는 오창명 박사는 민간에서 부르는 자구내자귀자귓벵듸자귀를 들어, ‘차귀도자귀도의 한자 차용으로 보고 있지만(제주도의 오름 이름과 마을 이름, 1998), 호종단 전설의 영향이 컸는지 고산마을 홈페이지나 제주의 거의 모든 자료에 차귀도(遮歸島)’ 일색이다.

 

  표시된 동선을 따라 섬으로 오른다. 섬에 주어진 산책길은 선착장에서 제1전망대 2전망대(장군바위) - 등대(810m) - 섬 정상(640m)를 거쳐 다시 선착장(510m)으로 돌아오는 약 2km 거리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곳곳에 대나무가 보이고 샘터를 지나 능선에 이르러서 벽이 무너진 집터가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경 한림읍 수원리 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이후, 한경면 용수리 좌씨 성을 가진 사람이 건너와 섬을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 보리, , 고구마, 감자 등의 작물은 재배했다.

 

  본섬과 가까운 곳이어서 그로부터 한원리, 고산리, 신도2리에서 8가구가 들어와 작은 동네를 이루었다. 이들 주민들은 1970년대까지도 섬에서 생계를 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던 징게물이물통, ‘앞개물통과 함께 작은 포구와 집터들이 남아 있다.

 

*매바위

 

전설의 섬 차귀도

 

  차귀도가 최서단의 섬으로 독특한 환경을 가져서인지 온갖 전설들과 연관된다.

  먼저 섬 이름과 관련된 호종단의 전설. 제주에 유능한 인재의 출현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보낸 호종단(고종달)이 제주를 돌며 혈을 뭉개다 서귀포에 있는 지장샘 수호신의 꾀에 속아 술서(術書)를 찢어버리고, 산방산 아래 있는 용머리를 여러 동강내고 돌아가는 길. 차귀도에서 배를 타고 나가는데, 한 마리의 날쌘 매가 날아와 돌풍을 일으켜 호종단이 탄 배를 침몰시킨다. 그렇게 한라산 산신령이 보다 못해 매를 시켜 호종단의 횡포를 부리고 돌아가는 걸 막은 곳이라 하여 차귀도(遮歸島)’라 불렀다는.

 

  두 번째는 오백장군의 막내 장군바위 전설. 설문대할망이 아들 오백을 두었는데, 어느 해인가 흉년이 들어 아이들에게 동냥을 보내놓고 죽을 쑤다가 잘못하여 죽 솥에 빠져 죽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들은 그 죽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막내아들은 솥 바닥을 보면서 형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홀로 바위가 되었다는.

그리고 세 번째 용수리 절부암의 전설. 농한기 긴 겨울에 놀면 뭐하냐고 이곳 죽도(竹島)에 대나무를 베어다 바구니를 만들어 팔려고 왔던 강사철이 돌아가다 풍랑을 만나 죽었는데, 정절을 지키려고 목멘 고씨 부인 곁으로 그의 시신이 떠올랐다는.

 

*왼쪽 장군바위

 

바다를 품은 섬

 

  대나무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장군바위로 향하는데, 문득 김윤자 시인의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섬은 침묵으로 바다를 품는다. 뭍에서 외면당하여 쫓겨 오는, 해일에 헐떡이는 바다에게 섬은 고향 같은 존재다. 성난 파도가 옆구리를 허물어도 괴팍한 바다를 늘상 다독인다. 허물을 감싸 안는다. 섬은 넓은 치마폭으로 해어(海魚)를 품는다. 거친 물살에 시달려 기진한, 심장이 작아 떠는 치어(稚魚)에게 섬은 어머니 같은 존재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감을 알면서도 비스러진 고기들을 늘상 보듬는다. 가슴을 키워준다. 섬은 안다. 혼자임을. 궁극적으로는. 정작 자신은 마음속의 또 하나 외로운 섬에 갇혀 꿈꾸듯 살아가야 함을.’

                           -김윤자 시 섬은 바다를 품는다섬과 바다모두. <계속>

 
             
        *이 글은 지금 뉴제주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필자의 글입니다.
 
 

*자구내 포구에서 보이는 차귀도

'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도동 ‘외도 물길 20리’(1)  (1) 2022.12.21
고산리 차귀도 트레일(2)  (1) 2022.12.16
용수리 당산봉 트레일(2)  (2) 2022.12.06
용수리 당산봉 트레일(1)  (0) 2022.12.01
고산리 수월봉 엉알길(2)  (1)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