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2023년 1월호의 시(3)

김창집 2023. 1. 23. 02:35

 

송편 성옥순

 

 

온달을

반만 닮은 송편

 

곯은 배

채우지 못한 탓일까

 

반을 뚝 떼어

달님에게 올렸을까

 

오늘은

여덟 남매 지문 새겨

속 채워 빚은 달떡

차례상에 올립니다.

 

 

 

굴비 정형무

 

 

죽음은 수월찮게 남사스러운 일

 

무리지어 꼬리친 죄

드러낸 이빨만큼 절규는 제각각

 

대골을 깨물어 귓돌 발라내고

몸피를 헤쳐 살점 뜯기 전

 

반짝이던 비늘 꼿꼿한 지느러미

눈 붉은 단말마의 순간을 위해

 

내 너를 먹어 오늘을 즐기고

나를 갉아먹어 뭇 것들 연명하리니

 

이빨 마주쳐 군침 삼킨 뒤

입맛 다시며 묵념!

 

 

 

낙엽 서병학

 

 

찬바람 불면

떠나야 하는

우리의 아버지들

 

이력서 들고 이곳저곳

뒹굴어 보아도

어디든 바닥일 뿐

 

 

 

소금 김용태

 

 

소금은 꽃이 되려고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는 건너는 게 아니라고

물살이 잠들면 바다를 넘어서

소금 꽃을 꺾어 오겠다고

사람들이 멀리 물살 저어 나아갔다

꽃이 되려는 사람들이 수평선을 넘으려 들 때

아버지는 수차를 돌렸다

수차가 검푸른 파도를 끌어오면

햇덩이도 물살 치며 따라 돌았다

 

달이 동그랗게 차오르면

꽃이 되어 돌아오는 사람은 안 보이고

저녁 별들이 수평선 어디론가 길을 내며

물살로 차오르고

갯가에서 물뱀이 살 비비며 울었다

갯바람 부는 날 천둥이 울면

물뱀이 따라 운다고

아버지는 해도 없는데 빈 수차에 올라

수평선을 돌렸다

바닷물이 닳고 닳아 빠지면

비로소 흰 상여꽃 핀다고

거기가 바로 수평선 너머라고,

 

소금 꽃이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는데

아버지는 인당수 가까이 이르도록

수차를 돌렸다

그런 날은 바다로 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옛날의 심청이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카페 '시인과 달빛 촌'에서

 

세란헌*洗蘭軒 - 홍해리

 

 

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잎을 씻고

내 마음을 닦노니,

 

한 잎 한 잎 곧추서고

휘어져 내려 허공을 잡네.

 

바람이 오지 않아도

춤을 짓고,

 

푸른 독경으로 가득 차는

하루 또 하루

무등, 무등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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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헌 : 우이동에 사는 한 시인의 달팽이만 한 집.

 

 

            *월간 우리20231월호(통권41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