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3월호의 시(1)

김창집 2023. 3. 11. 04:49

 

 

[담시 3] 누가 무거운 지구를 붙들고 있는가? - 임보

 

 

할아버지가 열네 살 손자에게 다시 묻습니다.

우리가 붙어살고 있는 이 땅-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학교에서 이미 배워 알고 있지?”

, 지구의地球儀를 학교에서 보았어요.”

이 지구가 얼마나 무거운 줄 아느냐?”

상상할 수 없이 무겁겠지요!”

그래, 597000경 톤이라고 과학자들은 계산한단다.”

이처럼 무거운 땅덩이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 도는 자전을 하고

1365일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공전을 한다고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무거운 지구를 붙들고

돌리는 게 태양이구나.

그 태양이 지구만 그렇게 붙들고 돌리는 게 아니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아홉 개의 행성들을 다 붙잡고 돌리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닌 존재냐?”

 

 

 

 

갈림길 정순영

 

 

생각하라

아파하고 슬퍼하다가

영원에서 영원 사이의 잠깐인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죽음은 끝이 아니라 갈림길이다

 

감사하라

피 흘림의 제사로 얻은 생명은

인생이 죽어서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 태어나는 것임을

 

 

 

 

산본, 오뉴월 가로수 길 김동호

 

 

연초록 가로수 길이

진초록 터널로 바뀌었네

 

터널 속인데 웬 꽃이

이렇게도 많이 피었을까

장미 자목련 아카시아

모란 작약 조팝 이팝

층층나무 꽃, 오동나무 꽃

터널 속인데 웬 새들이

이리도 많을까 까치 비둘기

참새 콩새 쑥새 숲새

오목눈이 방울새

 

 

 

 

앉은뱅이 꿈 김이하

 

 

찬바람 가시면 가겠다

그러나 꽃소식에도 못 갔네

세상사 다 그러려니 하기엔

몸이 너무 무겁네

 

새벽 새소리에 깨어

잠시 멍하다가 까무룩 빠져드는 잠결

다시 허기에 깨어나 부스럭거리면

밖은 훤한 대낮인데

 

언제 다시 오고갈 수 있나

이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본들

지구 한 바퀴 돌아, 돌아오기에는

뒤에 깔린 그림자 너무 기네

 

 

 

 

냉장고 권순자

 

 

나의 별명은 냉장고

뜨겁고 지친 사랑은 급 냉동시켜

조금씩 꺼내 먹을게

 

팔랑거리는 꽃들의 무덤을

쓸어다가

가슴 깊숙이 얼려서

오래오래 붉은

꽃잎 채로 안고 있을게

 

씨앗을 얼음 가슴에

깊이 품고

천년 뒤에도 너를 닮은

나무를 낳을게

 

 

                             *월간 우리3월호(통권 41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