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조(2)

김창집 2023. 3. 19. 02:06

 

 

서귀포 칠십리

   -서귀포 칠십리란 노래를 작사한 조명암에 대해

 

 

그게 어디 숫자여?

부르고픈 이름이지

백 리는 너무 멀고

오십 리는 좀 짧다고?

서귀포 칠십리란 말 내뱉고 간 사람아

 

어디서 어디까질까, 서귀포 칠십리는

섬들을 한 바퀴 도는 그 거리가 그쯤이겠고

이 땅의 그리움 찾아 나선 길도 칠십리

 

그래! 어떻던가 거기에는 있던가

삼팔선 넘어서면 칠십리더냐, 천 리더냐

사람아, 칠십 리란 말 흘리고 간 사람아

 

 

 

 

오조리 포구

 

 

가을 햇살 몇 줄기 갯벌로 기어 나와

보글보글 밥을 짓는 오후 네 시 오조리 포구

비린내 폴폴 날리듯 달랑게 같은 저녁이 온다

 

그렇게 어느 길목 돌아 나온 겟메꽃처럼

통통통통 발동선도 오늘 밤 바다에 들면

저마다 꽃이 아니라 우성강 갯메꽃 아니랴

 

온종일 발길들도 뜸하디뜸한 바닷가

그리운 그 이름마저 뱉지 않고 그냥 가리

자리젓 고린내 같은 고백 한번 없이 가리

 

 

 

 

서귀포 극장

 

 

전쟁 난리 멎은 이 땅 누가 세운 극장일까

허기는 밥만으론 채울 수 없다는 듯

칠십리 섬들도 불러 요리조리 앉혀 놨다

 

산남지역 명동은 서귀포 솔동산길

주연배우 옷들은 그날부터 유행을 타고

때때로 유랑극단이 유랑의 세월 달래준다

 

개관한 지 육십 년 누가 그 문 닫았나

이름도 서귀포극장 겉모습도 그대론데

그 옛날 그들의 뒷모습 쓸쓸함이 만져진다

 

 

 

 

서귀포 한쪽

 

 

눈발이 펏들펏들

서귀포 동문로터리

시외버스 끊겼지만 국밥은 말고 보자

택시비 그게 문젠가 비틀길을 메고 간다

 

20221223일 오후 950

이 길이 십 년 후면 나를 기억해 줄까

변변한 시 한 편 없이 찾아온

서귀포 한쪽

 

 

 

 

사천 년 물질을 마치는 저 바다에 무엇을 바치랴

 

 

세계 최강 제주해녀라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살기 위한 몸부림

 

자맥질일 뿐이다

 

꽃 대신

 

눈물이라도

 

뜨겁게 바치고 싶다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황금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