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박얼서 시 '유리벽 감옥'과 인도실전갱이

김창집 2023. 3. 21. 00:38

 

유리벽 감옥 - 박얼서

 

어항 속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다

좁디좁은 공간을 정확히 읽어 가며

나름대로 물길을 만들어 가며

자유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속박을 자유라 말할 순 없다

이기심 넘쳐나는 인간들의 시선으로는

자유로움처럼 보였을 것이다

 

 

눈길을 끌기 위해 사람이 마네킹을 대신하는

이 시대의 눈빛으로는

유리벽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곳으로 잡혀오기 전까지만 해도

큰 물살과 맞서던 녀석들이다

 

 

인간들처럼 담장과 장벽 속에 갇히기 전까지는

에덴동산을 뛰놀며

맘껏 자연에 순응하던 녀석들이다

 

지금처럼 산소 호흡기를 달기 전까지는

깊은 물길 속을

동네 골목길처럼 누비던 녀석들이다

 

 

삶이란

참 알고도 모를 일이다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천부인권을 얻고

내세(來世)까지도 들먹이는데

 

또 누군 투명한 유리벽 밖으로 내비치는

하루하루의 절규들이

눈앞에 구경거리가 돼야 하는

 

 

삶과 삶 사이에 놓인 장벽들이

둘이 서로 감옥이 되는

 

유리벽 바깥세상에 갇힌 저네들은

관객 노릇마저도

하는 둥 마는 둥 방관하는

 

삶이란

이해하는 만큼

그 아픔을 견딜 줄도 알아야 된다더니

애매하게 아플 뿐이다

 

 

학력, 직업, 차별 다 없애자더니

담장 같은 것들 모조리 허물고 살자더니

 

유리벽 감옥이라니,

 

감옥에서 다시 또 감옥으로

생각을 가두고

상식을 가두고

서로가 서로를 가두고 갇히고

 

 

삶이란

그저 그냥 그렇게 애매한 채로

사는 건가 보다

자신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나 보다.

 

 

 

                 * : 박얼서 시집 숲길을 거닐며(한국문학방송, 2022)에서

                    * 사진 : 인도실전갱이(2023. 2. 19. 여수 아쿠아리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