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벽 감옥 - 박얼서
어항 속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다
좁디좁은 공간을 정확히 읽어 가며
나름대로 물길을 만들어 가며
자유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속박을 자유라 말할 순 없다
이기심 넘쳐나는 인간들의 시선으로는
자유로움처럼 보였을 것이다
눈길을 끌기 위해 사람이 마네킹을 대신하는
이 시대의 눈빛으로는
유리벽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곳으로 잡혀오기 전까지만 해도
큰 물살과 맞서던 녀석들이다
인간들처럼 담장과 장벽 속에 갇히기 전까지는
에덴동산을 뛰놀며
맘껏 자연에 순응하던 녀석들이다
지금처럼 산소 호흡기를 달기 전까지는
깊은 물길 속을
동네 골목길처럼 누비던 녀석들이다
삶이란
참 알고도 모를 일이다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천부인권을 얻고
내세(來世)까지도 들먹이는데
또 누군 투명한 유리벽 밖으로 내비치는
하루하루의 절규들이
눈앞에 구경거리가 돼야 하는
삶과 삶 사이에 놓인 장벽들이
둘이 서로 감옥이 되는
유리벽 바깥세상에 갇힌 저네들은
관객 노릇마저도
하는 둥 마는 둥 방관하는
삶이란
이해하는 만큼
그 아픔을 견딜 줄도 알아야 된다더니
애매하게 아플 뿐이다
학력, 직업, 차별 다 없애자더니
담장 같은 것들 모조리 허물고 살자더니
유리벽 감옥이라니,
감옥에서 다시 또 감옥으로
생각을 가두고
상식을 가두고
서로가 서로를 가두고 갇히고
삶이란
그저 그냥 그렇게 애매한 채로
사는 건가 보다
자신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나 보다.
* 시 : 박얼서 시집 『숲길을 거닐며』 (한국문학방송, 2022)에서
* 사진 : 인도실전갱이(2023. 2. 19. 여수 아쿠아리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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