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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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조(3)

김창집 2023. 3. 24. 00:50

 

 

사천 년 해녀물질 끝나는 바다에서

 

 

한반도 해안선 따라 굽이굽이 돌아들면

어디서나 고무옷 입고 늙어버린 바다가 있다

이어도 꿈을 그리며 건너온 저 바다들

 

삼짇날 원정물질 추석이면 돌아간다

다 떠난 바다에도 물결소리 숨비소리

더러는 육지총각과 눈이 맞아 눌러산다

 

사천 년 대 이은 물질 이제 비록 끊긴대도

사람 서넛 사는 섬에 데닥데닥 홍합처럼

사투리 제주사투리 끈질기게 붙어산다

 

 

 

 

모슬포 절울이오름

 

 

절울이 외로운 날은 사람들도 외롭다

한반도의 끝자리 바람받이 총알받이

가파도 마라도마저 선명하게 뜨는 날

 

아무렴 왜 안 그러랴 이 몹쓸 모슬포 세월

신축교란 백조일손 그런 말만 들어도

부르고 싶은 이름들 떠돌지 아니할까

 

그래 안 부르마 다시는 안 부르마

오름 끝 벼랑 끝을 후벼 파는 파도 소리

아무리 잔잔한 날에도 잠 못 드는 절울이오름

 

 

 

 

그리운 삼포

 

 

성산포에서 모슬포 그 중간에 서귀포

 

어느 항구가 더 그립냐고 묻지 마라

 

윷판도 끝난 자리에 가을 저녁 빗소리

 

 

 

 

2022년 첫눈

 

 

망오름 앞뒤로 품은

 

내 고향과 가족묘지

 

허랑방탕 꿩 한 마리

 

산소에 뭣하러 왔나

 

아버지 어머니 생각

 

더 못 버텨 내리는 눈

 

 

 

 

모슬포 오일장

 

 

그게 땅 팔자지 어디 사람 팔잔가

한반도 최남단의 도시 여기서도 장이 선다

누구도 못살포란 말 입에 담지 않는다

 

마라도 가파도도 장날은 기억한다

산마을 구억에서도 길들이 걸어오고

이따금 종지윷 판에 바다도 들썩인다

 

갈치 세 마리와 도너츠 한 봉지

게도 갯강구도 장꾼처럼 돌아들고

섬들도 국밥집 근처에 아예 눌러앉았다

 

 

                         *오승철 시조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