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계간 '제주작가' 2023년 봄호의 시조(4)

김창집 2023. 5. 20. 01:23

 

 

이애자

 

 

방파제에 나앉아 바다를 바라다보네

힘차고 경쾌하고 빠르고 간결하게

한 무리 돌고래 떼가 음표처럼 지나가네

 

오물락이 들어갔다 오물락이 나왔다

해녀도 오물락 돌고래도 오물락

저들도 젖먹이끼린 호흡이 맞나보네

 

모슬포 앞바당에 돌고래가 산다네

모슬포 앞바당에 바람이 산다네

바람도 돌고래들도 주파수가 통하나 보네

 

귀신풍차 모셔다가 바람팔이 한다면

우왕좌왕 돌고래 떼 소통장애 생긴다면

이 바당 혼디 나누멍 느영나영 살아질까

 

 

*구피는 아닙니다.

 

구피*의 하루 - 장영춘

 

 

온종일 어항 속 태평양을 건너듯

 

출구 없는 레일 위를 돌리고 돌려도

 

또다시 제자리걸음 그물 속에 갇힌 오늘

 

한때는 네 어머니도 종종걸음치셨지

 

한여름 용천수에 발 한번 담글 새 없이

 

어머니 움푹 팬 발자국 이끼처럼 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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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 열대어

 

 

 

 

꽃다발 조한일

 

 

박수 한 번 받고서

거실 벽에

기댄

 

비바람 이겨냈던

맷집 좋은

시든

 

사람에

꺾였으면서

모른 척

안기는

 

 

 

 

그 꽃을 보았네 한희정

 

 

울담 및 풍문으로 남은

그 꽃을 보았네

 

그 여름 꽃물 든 손톱,

산에 오른 누인가

 

관음사 계곡 언저리

쪼그라든 심장처럼

 

멈춰 선 발부리에

울컥 터진 선홍빛

 

길은 있어도

갈 수 없는 길이었다고

 

물봉선 말문을 여네

돌아설 수 없었네

 

 

                        *계간 제주문학2023년 봄호(통권 8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