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시인 오승철을 추모하며

김창집 2023. 5. 22. 01:12

 

 

그 동안 어쭙잖은 이 블로그를

주옥같은 작품으로

밝혀주던 문우 오승철 시인이

숙환으로 우리 곁을 떴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던 가족들과

서귀포와

문우들 모두 두고 떠났다.

 

이제는 마지막 작품집이 돼버린

다 떠난 바다에 경례’ ‘시인의 말

상군해녀였던 어머니도 떠나

저 텅 빈 바다에 무엇을 바칠까 하다가

그냥 거수경례나 하고 돌아간다.’

말을 남기고 총총히 길을 떠났다.

 

이제 그가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시의 행간을 살피며

기꺼이 그를 보내드리려 한다.

 

삼가 명복을 빈다.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기를

 

 

 

 

저 말이 가자 하네

 

 

사진작가 권기갑의 말 한 마리 들여놨네

고독은 고독으로 제련하란 것인지

삼백 평 눈밭도 함께

덤으로 사들였네

 

십년 넘게 거실 한켠 방목 중인 그 말이

불현듯 투레질하네

이 섬을 뜨자 하네

나처럼 유목의 피가 너에게도 흐르느냐

 

살아야 당도하는 사나흘 뱃길인데

해남인지 강진인지

기어이 가자 하네

고향도 하룻밤 잠시 스쳐가는 거처란 듯

 

 

 

 

혼자 우는 오름

 

 

온다 간다 말없이

억새 물결 갔다니

 

온다 간다 말없이

장끼마저 갔다니

 

양지꽃

등을 끄려나

저 혼자 남은 오름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 두자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두자

끄다 만 집어등같이

 

솔째기 바다빛 살빛 얼비치는 하늘 한켠

 

눈 감거나 뜨거나 그저 그런 밤이었을까

가시처럼 박혀있는 이야기가 남았는지

갯마을 올레길 돌아 눈을 뜬 듯 감은 듯

 

 

 

눈물 창창

 

 

바다 불빛 바다가 켰나

하늘 불빛 하늘이 켰나

 

바다엔 불빛이 창창

하늘에도 불빛이 창창

 

이 섬이 날 가둬 놓고 눈물 창창 그러네

 

 

 

 

섬 벌초

 

 

끊어야지 술 담배 끊듯 그렇게 끊어야지

명절 두 번 제사 한 번 그것도 모자라서

해마다 벌초도 두 번 뻔뻔스레 잘도 밭네

 

뼈와 살을 줬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끊어야지 세상 인연 이제 끊고 가야지

가난한 어느 별인들 밥술이나 굶겠느냐

 

명절보다 벌초 땐 꼭 가는 섬사람들

봄 벌초 가을 벌초 다 놓치고 맞은 추석

오늘 밤 어느 산소에 달무리 핑 뜰까 몰라

 

 

                 *오승철 시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황금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