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7월호의 시(1)

김창집 2023. 7. 7. 17:49

 

 

골치 김석규

 

 

처리된 방사능 오염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바다에다 쏟아버릴 이유가 무엇인가

저수지를 만들어 가두어두었다가

혹심한 가뭄에는 농업용수로 쓰거나

하늘을 찌르는 생산시설의 공업용수로 쓰거나

도시의 하수관로와 연결해 처리하면 될 것을

왜 이웃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을 끓게 하는지

 

 

 

 

열대야 홍해리

 

 

벽에 걸려 있는 시래기처럼

실외기室外機가 뜨겁게 울고 있는,

 

골목마다 널브러진 쓰레기같이

사내들이 헉헉대고 있는,

 

한여름 밤에 나는 이 불은

이불을 걷어차고

 

열 대야의 찬물로도 꺼지지 않는

화염지옥

 

내 다리 나의 다리 겹치는 것도

열나는 밤, 열대야!

 

 

 

 

연필을 들면 김영호

 

 

연필을 들면

문이 열리네

문이 열리면

영혼이 숲 속 새들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네

 

연필을 들면

문이 열리네

문이 열리면

오래전에 헤어진 사람이 백합화를 안고 들어와

우는 귀를 만지네

 

연필을 들면

내 안의 우울이 문을 열고 나가

소를 몰고 밭고랑을 가네

감자를 심네.

 

 

 

 

부부의 날 박원혜

 

 

가정의 달 5

늙으신 친정어머니는 시집간

막내딸을 기다리시고

집 밖에서

꼬부리고 앉으셔서 눈이 빠지도록

신작로를 바라보고 계시고

외로운 중년의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고

노년의 외로운 남편은 동창회 간 늙은 아내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고

오월의 장미는 당장 밖에서 푸르게 피어 있고

 

 

 

 

사과의 참맛 이규홍

 

 

사죄의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입술에서 멈춘 사과

무늬만 사죄일 뿐

한순간

힘들지라도

남의 탓은 안 된다

 

사과의 재배 면적

갈수록 줄어든다

부끄러운 마음조차

머물 곳 없다 하니

보아라,

사과의 참맛!

붉게 물든 저 사과 밭

 

 

                         * 월간 우리7월호(통권 4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