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7
-바닥
도로가 움푹 파여 빗물이 고였다
어디에도 스미지 못하고
흐르지도 못하고 고인 빗물 같은 사람들
새벽마다 드럼통 불꽃만 바라보며
꾸역꾸역 모여 있다
누렇게 고인 빗물 속에도
맑은 하늘이 들어와 앉았다
♧ 어느 날․9
-미호천에서
하늘이 산머리를 쓱 베어 먹고
구름으로 덮어 놓았다
그 앞으로
기러기 떼 줄 서 있고
미호천 갈대밭은
쏴아쏴아
연신 몸 씻는 소리만 내고
♧ 어느 날 · 10
-폭설
산골 마을에
적막이 쌓이네
솔가지 몸 털 때마다
적막이 적막을 깨네
산 너머 도시 요란한 소음들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하얀 적막으로 내리네
♧ 노을
구름은 하늘에 고인 물
서쪽 하늘은
거대한 호수
붉게 끓는 호수
지평선 팽팽한 저녁
비행기 하나 노를 젓는다
♧ 탱자나무 울타리
마알간 하늘로
참새 무리 한 입 뱉어 내는
온 몸 가시로
촘촘히 거부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
그래도 침 고이는 사랑은 고와서
노오란 열매들
동글동글 품고 있는
*남대희 시집 『어느 날 찾아온 풍경들의 기억』(우리詩 움, 20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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