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남대희 시집 '어느 날 찾아온 풍경들의 기억'(6)

김창집 2023. 7. 19. 00:29

 

어느 날7

     -바닥

 

도로가 움푹 파여 빗물이 고였다

 

어디에도 스미지 못하고

흐르지도 못하고 고인 빗물 같은 사람들

새벽마다 드럼통 불꽃만 바라보며

꾸역꾸역 모여 있다

 

누렇게 고인 빗물 속에도

맑은 하늘이 들어와 앉았다

 

 

 

 

어느 날9

  -미호천에서

 

 

하늘이 산머리를 쓱 베어 먹고

구름으로 덮어 놓았다

 

그 앞으로

기러기 떼 줄 서 있고

 

미호천 갈대밭은

쏴아쏴아

연신 몸 씻는 소리만 내고

 

 

 

 

어느 날 · 10

    -폭설

 

 

산골 마을에

적막이 쌓이네

 

솔가지 몸 털 때마다

적막이 적막을 깨네

 

산 너머 도시 요란한 소음들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하얀 적막으로 내리네

 

 

 

 

노을

 

 

구름은 하늘에 고인 물

서쪽 하늘은

거대한 호수

붉게 끓는 호수

 

지평선 팽팽한 저녁

 

비행기 하나 노를 젓는다

 

 

 

 

탱자나무 울타리

 

 

마알간 하늘로

참새 무리 한 입 뱉어 내는

 

온 몸 가시로

촘촘히 거부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

 

그래도 침 고이는 사랑은 고와서

노오란 열매들

동글동글 품고 있는

 

 

 

                      *남대희 시집 어느 날 찾아온 풍경들의 기억(우리,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