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계간 '제주작가' 여름호의 시조(1)

김창집 2023. 8. 1. 02:25

 

 

게메마씸* 김영란

 

 

섬에선 나무들도 바람의 눈치를 본다

머리채 잡혀 끌려가던 북촌마을 머귀나무도

인지 아니오인지 끝내 답을 못했나

직립을 포기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거 봐

무자년 섬사람들의 생존의 그 화법처럼

쉽사리 꺼내지 못한 채 맴돌고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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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의 제주말.

 

 

*호모 사피엔스

 

 

 시국선언  김연미

 

 

참을 만큼 참은 거야

내 탓이라 하지마

 

활성화된 DNA 생존본능을 자극해

부당한 분배 앞에서 침팬지처럼 울부짖지

 

가지 치고 꼬리 자르고

자연선택을 도용해

 

사람종 진화의 길에 약육강식도 끌어오고

분노의 유전인자를 자꾸 도태시키지

 

꼬리를 내리지 마

길들여지지 않을 거야

 

두 발로 선 피테쿠스

지혜에 지혜를 얹어

 

울타리 걷어치우고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

 

 

 

 

문득 흰 바람이 불었는데 김정숙

 

 

길 잃어야 한다면

딱 여기서 잃고 싶다

 

밟을까 꺾을까 아님 매달릴까

 

꽃샘이 날밤을 새도

어쩌지 못한 민오름 아래

 

이끼 깔고 낙엽은 덮고 한뎃잠을 자다가

 

, 피면 나도 피고

, 돋으면 나도 돋아

 

눈에는

잎에 잎 맞추는

파르르르 바람꽃

 

 

 

 

콩짜개난 이애자

 

 

  콩알만 한 것은 콩알만 한 눈치로 살아 살갑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저 바위에

  붙어 산 초록이 전혀 발칙하지가 않네

 

 

 

 

느나 웃으멍 살라 오영호

 

 

무슨 일 있으과?

얼굴에 써 저시냐?

 

부애*난 사람처럼 보염싱게마씀 속이진 못헛겨 느도 알다시피 요새 세상 돌아가는 걸 모민 북부기** 됐사젼 웃어지커냐 코로나도 좀 수그러들언 이젠 좀 삶이 페와질 건가 ᄒᆞ단보난 말은 국민을 위한 버지르ᄒᆞ게 ᄒᆞ멍 편 갈란 피 터지게 싸움질만 ᄒᆞ니 나랏꼴이 원

 

경해도 웃으멍 삽서

느나 웃으멍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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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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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제주작가 여름호(통권 제8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