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회 제11집 '박수기정 관점'에서(5)

김창집 2023. 7. 31. 10:56

 

 

사려니숲 우은숙

 

 

눈을 뜬

숲 언저리

저녁이 둘러앉아

 

두고 온

당신을

달이라 부른다

 

속눈썹

짙은 그리움

심장이 익기까지

 

 

 

 

섬의 섬 - 이숙경

 

 

들랑대는 된바람 한바탕 몸을 풀려나

바닷길 지워지고 하늘길 닫혀가는데

남으로 문을 연 포구 거먹구름 가득하네

 

그 섬에 닿고 싶어 범섬 배지느러미에

그 섬을 품고 싶어 섶섬 가슴지느러미를

사나흘 격랑 속에서 섬을 붙드네, 서귀포

 

 

 

 

제비 이태순

 

 

! 저기 봐

제비가 새끼를 품고 있어

 

밥 냄새가 번지는 서귀포 어느 저녁

 

처마 밑 세 들어 사는

몸 부비는 저 식솔

 

 

*고재만 그림

 

 

봉봉, 한라봉 변현상

 

   한라봉을 까먹으며 봉 먹는 줄 모르다니

 

   기회다 영끌이다, 아파트가 봉 된다는 봉이야! 봉 잡아라! 봉에 빠진 숱한 봉들 처음엔 탱자였지 아니 유자였었나 탱자가 유자였고 유자가 탱자라는 널뛰는 헛소문 따라 귀 확 열린 저 봉들 감귤이 한라봉이란 설법을 믿은 거니? 진화는 과정이 아냐 피와 땀과 눈물이지 투기가 투자되는 그런 세상 꿈꾸었니? 택배로 온 그 한라봉, 뭍으로 치면 대봉(大峯)인데 봉 먹으며 봉을 찾는 봉이 된 청맹과니

 

   그래서 봉은 잡았나니? 봉이라고 다 봉이니?

 

 

*이중섭 그림

 

 

그리운 제주도 풍경* - 정희경

     -태현, 태성에게

 

오늘도 바닷물이 한가로이 잔잔하다

우르르 몰려드는 게들이 보이느냐

섶섬이 수평선으로 문섬을 끄는구나

 

감귤 색을 닮았구나 아늑한 초가지붕

전쟁의 포화 소리 파도가 밀어내고

집게발 시간을 물고 짙은 해무 걷히네

 

간간이 돛단배는 아득히 멀어지고

게들의 거품 같은 너희들 웃음소리

두 손에 잡힐 듯 안길 듯 그리운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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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림. 종이에 잉크. 1954년 추정. 35×24.5cm

 

 

 

                   *정드리문학회 제11박수기정 관점에서(문학과 사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