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2)

김창집 2023. 8. 13. 01:48

 

 

오이도행 버스 이기헌

 

 

저 버스를 타면

나는 오이도에 갈 수 있다

그토록 쉬운 일을

왜 모르고 세상을 살았을까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사거리에 멈추어 서서

문득 내 앞을 스쳐 지나는

오이도행 버스를 바라본다

 

꿈처럼 날아갈 수는 없는 것

막연히 그리워만 했던

그 낯선 곳에 마음을 묻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어쩌면 홀연히

저 버스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간절히 가려 한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떠나리니

 

 

 

 

상사화 3 임승진

 

 

죽을 만큼 보고파도

만날 수 없어

 

사무치게 여위어

홀로 피는 꽃

 

잡힐 듯 멀어져 가는

이별이지만

 

떠나지도 못한 채

피고 짐이 하나이더라

 

 

 

 

소나기 성숙옥

 

 

즐거운 비가

옥잠화의 꽃대를 길게 세운다

 

후드득,

 

바닥이 푸석거리고

 

투명한 소리의 화음이

후덥지근한 세상을 관통한다

 

오래 끌지 않고 다 쏟아내는 천진한 비의 소리

 

감나무는

바람에 날아간 흙은 잊고

열매에 집중하며

뿌리에 숨을 넣는 물방울을 움켜쥔다

 

무료한 오후에 스치듯 만난 비가

연못 치는 소리

 

나도 목젖 아래 메마른 말을 비워 내며

해바라기꽃 되어

빗방울을 만들고

 

 

 

 

와온 가는 길 우정연

 

 

해안 도로변 단칸방에 사는

늙은 감나무

우글우글 낳아놓은 홍시 부끄러워

 

초겨울 바다 물빛부터

낮달 두 볼까지

불그스름하니 물든 주홍빛 화엄

 

 

 

 

달개비꽃 배한조

 

 

여름 수풀 아우성치는 틈새나

나무 그늘 잡초 사이

살포시 핀 상큼한 하늘빛 꽃

마음 열면 내게로 온다.

 

보름달 휘황한 밤

홀로 피어 달빛 그늘에 가린

여리디여린 푸른 꿈

더욱 시러운.

 

길거리마다 이런저런 꽃들도 다

저마다 제자리 찾아 살던데

어쩌면 그리 제 마음 스스로 묻어 두고

소리 없는 눈물 이슬이 되는가.

 

새벽길

청초하게 웃는 네 얼굴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냥 가노라.

 

 

                          * 월간 우리8월호(통권4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