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78주년 광복절 아침에

김창집 2023. 8. 15. 00:39

 

 

열대야로 엎치락뒤치락

뒤숭숭한 밤을 보낸 이 아침에도

여전히 밝은 해가 떠올랐다.

 

뒤돌아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점철되어 온 인류역사.

 

야수(野獸)보다도 못한 인간 본성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양심은 지니고 있어야 하고,

상대를 인간이하취급하며 야만스럽게 행동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여야 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머리를 숙일 수 있어야

같이 살아갈만한 이웃이 되는 거다.

 

아직도 강대국에 붙어 아첨이나 하고 비위를 맞추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네들에게 빌붙어

꼭 지나간 굴욕의 역사를 묻어야 하는가,

참으로 자존심이 상하고 굴욕적인 아침이다.

 

오늘 그 치욕의 역사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찾으려던 선열들에게 무슨 낯짝으로 고개를 들까.

 

 

 

 

그날이 오면 -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축복의 이날을 - 김덕성

 

 

언어가 있어도 쓸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끌려가고

피 흘림이 얼마인가

자유를 빼앗긴 빛 잃은 세상

길고 긴 서른여섯 해

 

희망의 기다림

천구백사십오 년 팔월 십오일 정오

어둡고 침울하던 이 땅

빛나는 새 빛의 기적이 일어나

감격의 해방이 되었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그날

노예에서 자유를 찾은 축복의 날을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

 

 

 

 

광복을 되새기며 - 동호 조남명

 

 

잠시도 맘 못 놓았던

그 많은 외침에도

이 터전을 지키고 있는 우리는

위대한 겨레의 혼이 있었다

 

이 땅을 욕심내는

쉴 새 없는 침략의 짓들

지금도 그 근성 놓지 않았으니

독도를 제 것이라고

 

삼십 육년 총칼 짓에

숱하게도 머리통은 뒹굴고

몸은 뒤집어 쓰러져도

불굴의 민족 영혼은 더 살아났다

 

그리도 갈망하던

조국의 되찾음

그 감격의 목 매인 소리

귓전에 생생히 다가온다

이 걸 못보고 먼저 가신

선열의 헛됨이 아니어야 하리

 

그 정신 가슴 깊이 되 담아

후손들이 소중히 이어가게 하소서

이 땅을 영원히 간직하며

번영된 나라 이끌어 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