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 11집 '박수기정 관점'(7)

김창집 2023. 8. 23. 00:40

 

 

달과 고래 - 김영순

 

 

일부러 그대 안에 한 며칠 갇히고 싶다

행원리 어등포구 일곱물이나 여덟물쯤

기어코 월담을 하듯 원담에 든 남방돌고래

 

섬 뱅뱅 돌다 보면 거기가 거기인데

사람들이 내쫓아도 자꾸만 들어온다

네게도 피치 못할 일, 있기는 있나보다

 

먼데 있는 저 달은 들물날물 엮어내며

하늘에서 뭇 생명을 조물조물 거느린다

 

한동안 참았던 그 말

물숨이듯 내뿜고 싶다

 

 

*강요배 작 '폭포'(부분)

 

폭포 속으로 2 - 안창흡

    -화가 강요배 선생의 畵題에 부쳐

 

 

섬 기슭

용솟음치는

물벼락

 

천년바위

때리며

世上 世上

물보라

 

뉘라서

알아차릴까

萬年 품은

비밀

하나

 

 

 

블루노트 - 이명숙

 

 

오늘의 소울풍은 제대로 취중 농담

너를 위해서라면 불편하지 않다나

인생은 게임이니까 처음 하는 거니까

 

우리들의 우주에 밤을 발기는 개들

취한 바람이 불어 예술도 취한다나

영원을 남발하니까 이미 취한 뒤니까

 

산다고 살아봐도 산 둥 만 둥 산 듯 만 듯

엎어지고 깨져도 새벽은 다시 오고

친절은 나를 거부해 딥블루에 또 취해

 

 

 

 

지금 이 속도가 좋다 김양희

 

 

그림자로 펼치는 설치미술가 구름이

지표면 군데군데 작품을 드리운다

장광설 다 생략하고

작가 마음 그대로

 

지나간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는 재료

모두가 다른 시간 모두가 다른 걸음

구름은 지구를 누비며

늘 첫 작품을 건다

 

 

 

 

오창래

 

 

어디론가 걷다 서다 반복하는 이 주말에

오늘은 무슨 일로 외출 다시 하려는지

넥타이, 서툴게 맨 채 거울 앞에 서봅니다

 

설레이는 가슴으로 중고트럭 지나가듯

덜커덩거리면서 조금씩 떨며 갈 때

저 편엔 무지개 하나 눈 붉혀 서 있습니다

 

 

                                *정드리문학 제11박수기정 관점(문학과사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