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과사전에 나오는 '수선화(水仙花)'
수선화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설중화, 또는 그냥 수선(水仙)이라고도 한다. 학명은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인데, 지중해 연안 원산이다.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 모양이며 껍질은 검은색이다. 잎은 늦가을에 자라기 시작하고 줄 모양이며 길이 20∼40cm, 나비 8∼15mm로서 끝이 둔하고 녹색빛을 띤 흰색이다.
꽃은 12∼3월에 피며 통부(筒部)는 길이 18∼20mm, 꽃자루는 높이 20∼40cm이다. 포는 막질이며 꽃봉오리를 감싸고 꽃자루 끝에 5∼6개의 꽃이 옆을 향하여 핀다.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고 흰색이며, 부화관은 높이 4mm 정도로서 노란색이다. 6개의 수술은 부화관 밑에 달리고, 암술은 열매를 맺지 못하며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수선화의 생즙을 갈아 부스럼을 치료하고, 꽃은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한다. 비늘줄기는 거담, 백일해 등에 약용한다. 수선이란 중국 이름인데, 하늘에 있는 것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것을 지선(地仙), 그리고 물에 있는 것을 수선(水仙)이라고 하였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나르시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물속에 빠져 죽었는데,
그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나르시스라는 미소년의 전설에서 '자기주의(自己主義)' 또는 '자기애(自己愛)'를 뜻하게
되었다.
♧ 제주수선화(濟州水仙花)
제주수선화는 섬의 독특한 기후와 풍토가 만들어낸 제주 특산이다. 코에 가까이 가져가지 않더라도 알싸한 향기가 풍긴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피어나기 시작하여 이른봄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벌과 나비와 만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이 녀석은 씨앗을 생산하지 못하고 구근(球根)인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하긴 소나 돼지도 먹지 못할 정도의 독성을 품고 있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수선화는 원래 유럽과 지중해 연안에 야생하던 것이 화초로 심게 되면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퍼진 것이라는데, 나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야산이나 공터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을 흔하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토에서 꽃으로 재배되는 수선화와 제주도에 야생하는 수선화는 꽃 모양부터가 다르다. 맨 아래 나온 사진과 비교해 보면 안다.
중국이나 본토에서 심는 하얀 꽃의 수선화는 5∼6장의 하얀 꽃잎과 가운데 노란빛의 동그란 부화관이 있다. 그 모양이 흰 은잔대에 노란 금잔을 받친 것 같다 하여 흔히 금잔은대(金盞銀臺) 또는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일컬어왔다. 그러나 제주에서 자라는 수선화는 흰 꽃잎이 두 겹으로 9장이고, 가운데에 암술과 수술로 보이는 노랗고 짧은 꽃잎 여러 개를 두르고 사이사이에 하얀 꽃잎이 솟아 있다.
겨우내 피던 꽃이 지고 나면 5∼6월에 잎이 말라버렸다가 늦가을에 다시 순이 나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아무 때나 옮겨 심어도 되는데, 그 해 꽃을 보려면 여름에 작은 양파 모양의 짙은 흙빛으로 둘러싸인 구근을 옮겨 심으면 된다. 수선화는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지에 있는 것들은 잎줄기가 짧으며 일찍이 많은 꽃을 피우고, 그늘에서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면 봄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도 피지 않는다. 때문에 자생하는 것들은 주로 북쪽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이 둘러진 양지에서 자란다.
♣ 수선화 / 권태원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살아갈수록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세상
싸움의 한 가운데에서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속의 별들을 헤아려보고 싶다
당신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나도 들꽃으로 피어서
당신의 기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 수선화 / 이재훈
한밤중이 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안의 모든 소리가 잠을
잘 무렵이면, 내 몸에 꽃씨 앉는 소리가 들린다, 간지러워, 암술과 수술이 살 부비는 소리가 사물거리며 온몸에 둥지를 틀고, 어머 꽃피네,
마른버짐처럼, 간지러운 꽃이 속옷 새로 피어나네, 내 몸에 피는 꽃, 어머 내 몸에 핀 꽃, 나르키소스의 영혼이 노랗게 물든, 수선화가 핀다,
아름다운 내 몸, 노랑 꽃파랑이 쓰다듬으며 어깨에서 가슴으로 배꼽으로 핀 꽃과 입맞추고, 시커먼 거웃 사이에도 옹골지게 핀 꽃대 잡는다, 아아,
아 에코가 메아리치네, 아름다운 내 몸, 거울에 비추어, 아아아 에코가 흐느끼네, 내 몸이 하분하분 물기에 젖네, 꽃들이 더펄거리며 시들어가네,
나르키소스여 내 몸에 오지마소서 오욕(五慾)에 물든 몸 꽃피게 마소서
한밤중이 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나
♣ 수선화 / 정유정
가득 채워진 질경이
땅 생길 때부터인 그대로
산 내음에 쌓여
있다.
숲 그곳에는
버들피리 부는 달 같은 나의 사람
탐스러운
넋
여문 씨앗 같은
살 깊은 그리움이 있다.
지천의 열매 없어도
흰빛 하늘 한 바람 일면
줄기줄기
넘치는
사랑의 기쁨.
숲 그곳에는
나 모르게 다가오던
비조(飛鳥)의 날갯짓 멈춘
시간
애써 무엇을 말하리
오로지 그대의 나인 것을
나의 그대인 것을.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피어 있는 금잔옥대. 수선화 이야기는 이 블로그 '향토문화 기행'에 들어가 2002.12.31 '겨울에 피는 꽃 - 제주수선화'를 보기를 권한다.
♬ Winter Wonderland / Anne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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