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며
토요일. 관음사에서 한라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했다. 그 동안 컴퓨터 모니터에 혹사당한 눈을 씻고, 가슴 깊숙이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모처럼 맞는 여유를 즐겼다. 너무 좋아 나만이
흥겨운 초록빛 행복을 누리는 것이 죄가 될 듯하여 이 블로그를 찾는 독자 여러분을 생각해서 거룩한 숲을 향해 미안하지만 렌즈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숲에 빠져 누구처럼 한 마리 위험한 짐승이 되어 걷고 또 걸어 용진각에서 한라산 동릉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절정(絶頂) 길섶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박혀 있는 금강애기나리를 만났다. 모른 사람의 눈에는 보잘 것 없는 풀처럼
보이겠지만 그 가느다란 줄기 끝에 피어 있는 꽃을 보는 순간 가슴이 퉁퉁 방망이질을 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수없이 가르치면서 미진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이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금강애기나리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한다. 깊은 산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고, 줄기는 높이가 25∼50cm이며 가지가 갈라지고 윗 부분이 옆으로 처진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5∼6cm의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잎맥은 5∼7개이다
잎 가장자리는 잎 뒷면 밑 부분과 함께 작은 돌기가 있고, 잎 밑 부분은 심장 모양이며 줄기를 감싼다. 줄기 아래쪽에 있는 잎은 막질(膜質 :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의 잎집이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7∼8월에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우산 모양으로 이루며 1∼3개씩 달린다. 화피 조각은 6개이고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고 뒤로 젖혀지며 노란빛이 도는 연한 녹색이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반점이 있다.
수술은 6개이고 길이가 4mm이며, 씨방은 둥글고 3실이며 털이 없고 모가 난 줄에 닭벼슬 같은 돌기가 있으며 황색 점이 있다. 암술대는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장과이고 둥글며 검은 색으로 익는다. 죽대아재비와 비슷하지만 꽃이 가지 끝에 달리는 것이 다르다. 진부에서 처음 채집하였기 때문에 진부애기나리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보주초(寶珠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건위, 소화 작용이 있고, 몸이 허약해서 일어나는 해수, 천식에 사용한다. 한국,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 정호승의 꽃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 조성심의 '그 숲에 가서야 알 수
있었네'
숲은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네.
그 길에
발자국 소리를 내며
내 힘겹던 날들을 하나하나
내려놓았네.
숲은
모든 것을 벗었어도 숲이었네.
난
모든 것을
털어놓았어도
여전히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네.
숲의
해탈을
오늘도 배우지 못하고
부끄러움만 알게
되었네.
숲은
어느새 내 손을 잡고
가르치기 시작했네.
사랑하라고
찬바람까지도
받아 안으라고
그리고
그
사랑의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타일렀네.
조관우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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