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신흥사(新興寺)의 사천왕상

김창집 2006. 2. 9. 04:11

 

* 신흥사 사천왕문

 

▲ 설악산 흔들바위로 가는 길의 신흥사

 

 이번에 금강산으로 가기 전에 하루 일찍 출발하여 눈꽃축제 중인 설악산에 들렀다. 아직 금강산 이야기와 사진이 정리되지 않아 우선 신흥사(新興寺)의 사천왕상을 올린다. 신흥사 사적기(寺蹟記)에 의하면 653년(신라 진덕여왕 7) 자장(慈藏)이 창건하고 석가의 사리(舍利)를 봉안한 9층사리탑을 세워 향성사(香城寺)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기(古記)에 자장이 637년(선덕여왕 6) 왕명으로 당(唐)나라에서 불도를 닦고 귀국하여 건립한 사찰이라고도 전한다.

 

 그런데 그 향성사는 701년(효소왕 10)에 불이 나서 수천 간(間)의 대사찰이 하루아침에 소실되면서 앞뜰의 9층 석탑도 화재로 파손되어 3층만 남았다. 그 후 의상(義湘)이 이곳 부속암자인 능인암(能仁庵) 터에 다시 절을 짓고 선정사(禪定寺)라고 하였다.  그 선정사는 1000년간 번창했는데, 조선 중기 1644년(인조 22)에 다시 소실되고 말았다.

 

 선정사가 불타자 많은 승려가 떠났으나 운서(雲瑞), 연옥(連玉), 혜원(惠元) 세 승려만은 유서 깊은 절이 폐허가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여겨 재건을 논하던 중, 하루는 세 승려가 똑같은 꿈을 꾸었는데, 꿈에 향성사 옛터 뒤의 소림암(小林庵)으로부터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곳에 절을 지으면 수만 년이 가도 삼재(三災)가 범하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절이 세워졌으며, 신의 계시로 새로 창건하였다고 하여 신흥사라 부르게 되었다. 불상은 선정사 때 봉안된 것으로 의상이 직접 조성한 3불상의 하나이다. 당시 지은 법당·대웅전, 명부전, 보제루, 칠성각 등의 건물이 현존한다.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443호인 향성사지 삼층석탑과 그밖에 순조의 하사품인 청동(靑銅)시루와 범종(梵鐘), 경판(經板) 227장, 사천왕상(四天王像) 등이 있다. 
 

 

* 신흥사 동방지국천왕

 

▲ 우리나라 사찰의 문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사찰에는 일주문(一柱門)과 금강문(金剛門), 천왕문(天王門), 불이문(不二門)을 세운다. 흔히 사찰의 삼문이라 하면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말하는데, 이 중 금강문이나 불이문을 세우지 않은 사찰도 많다. 금강문이 있는 사찰은 금강문이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지만, 금강문이 없는 사찰은 천왕문이 대문 역할을 한다.

 

 일주문(一柱門)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山門) 중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일심(一心)을 상징하며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즉, 사찰 금당(金堂)에 안치된 부처의 경지를 향하여 나아가는 수행자는 먼저 지극한 일심으로 부처나 진리를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금강문(金剛門)은 흔히 인왕상이라 불리는 두 명의 금강역사가 지키고 있어 인왕문이라고도 한다. 천왕문과 마찬가지로 보통 정면 3칸, 측면 1칸의 건물이다. 정면 3칸 중 가운뎃칸은 통로로 사용하고 양쪽 1칸은 바깥쪽 3면을 벽으로 처리하여 안에 금강역사상을 세워 둔다. 금강역사상은 불법을 훼방하려는 세상의 사악한 세력을 경계하고, 사찰로 들어오는 모든 잡신과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불이문(不二門)은 본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으로,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이 문을 본당에 들어서는 곳에 세운 것은 이곳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이다. 이 같은 불이(不二)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 신흥사 서방 광목천왕

 

▲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

 

 사천왕(四天王)은 세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수미산(須彌山)의 중턱에 있는 사왕천(四王天)의 주신(主神)이다. 사대천왕(四大天王),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이라고도 하며, 욕계육천(欲界六天)의 최하위를 차지한다. 수미산 정상의 중앙부에 있는 제석천(帝釋天)을 섬기며, 불법(佛法)뿐 아니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또한 사천왕은 이들 외에도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지쌍산(持雙山) 등 일곱 겹의 산맥과 태양, 달 등도 지배하고 있다. 

 

 사천왕은 불전이나 탑을 수호하는 신장으로 많이 조성되었는데, 방위별로는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으로 배치된다. 지국천왕은 비파를 들고 있는데, 수미산의 동방(동승신주)을 수호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고 지키는 천왕이다. 광목천왕은 용이나 용과 여의주를 잡고 있으며, 수미산의 서방(서구야니주)를 수호하고 위엄으로 나쁜 것을 물리치고 넓고 큰 눈으로 국토를 바르게 지켜 중생을 이익 되게 해주는 천왕이다. 

 

 증장천왕은 칼을 들고 있으며 수미산의 남방(남섬부주)을 수호하고 항상 사람을 관찰하고 더욱 길고 넓게 중생의 이익을 많게 해주는 천왕이다. 다문천왕은 탑 또는 탑과 창을 들고 있으며 수미산의 북방(북구로주)을 수호하고 재물과 복덕의 부귀를 맡아 항상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고 설법을 많이 들으며 불법을 옹호하는 천왕이다. 

 

 이렇게 네 왕을 사천왕이라 하고 이를 모셔 놓은 문을 사천왕문이라고 하여 속계(俗界)와 선계(仙界)를 구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사천왕들의 발 밑에는 아귀가 대부분 밟혀 있으나 남해 용문사 같은 절의 사천왕문에는 나쁜 짓을 한 관리나 사대부들을 밟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서 사천왕문을 들어서게 된다.

 

 

* 신흥사 남방 증장천왕

 

▲ 산사에 들었더니 / 박흥진

 

빗질한 황토마당에
석등을 진 사자는
수억 겁 형벌에 짓눌러 있고

 

대웅전 부처님의
잔잔한 미소 뒤에는
지옥 불에 아우성 치는
인두겁만 보인다.

 

오히려 난
사천왕상의 부릅뜬 두 눈에서
영원불멸의 연꽃을 보노라.


 

* 신흥사 북방 다문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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