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라문화보존회 서귀포 해안 답사기(2006. 3. 26.)
* 거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갯깍 주상절리대의 위용
♧ 해수욕장과 다시 보는 가마우지 떼
갖가지 형태의 주상절리를 바라보랴. 뻐근한 목을 풀려고 바다를
바라보랴. 선두가 어디까지 갔는지 살피랴. 바쁜 가운데 지난번에 왔을 때 가마우지 떼가 앉았던 바위를 바라보니, 지금도 여전히 그 위에서 몇
마리 앉아서 쉬고 있다. 다른 놈들은 아닐 테고, 이곳이 살기에 적합해서 아예 터를 잡아버렸는가 보다. 그냥 넘어 갈 수 없어 다시 디카로 당겨
찍어본다.
중국에서는 저걸 가지고 목을 묶어 고기를 잡게 한다니까 그제야 알아차린 일행들이 TV에서 봤다고 그런 새도 우리나라에 있느냐며 유심히 살핀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아랑곳 않고 가만히 있다. 오늘은 바람이 거의 없어 춥지도 않고 이 녀석들에게는 천국이 다시없는 모양이다. 하긴 먹이만 제대로 잡을 수 있으면 아무도 간섭 않은 이런 곳이 천국일 터.
* 텃새가 돼버린 느낌이 드는 가마우지들
길을 닦지 않았지만 한 50m쯤은 건널만 해서 천천히 넘어가며
여기저기 촬영을 해두었다. 이곳은 지금 갯완두꽃이 한창이다. 작은 해수욕장까지 주상절리는 계속 이어진다. 이곳이 조른 모살 주상절리라지만
저 갯깍에서부터 이어져 있으니, 길이가 1㎞는 좋이 되리라. 저쪽의 절리가 길다란 기둥 모양이라면 이곳의 절리는 촘촘하여 얼마 전에
다녀온 앙코르와트 건물 벽의 그림같이 오밀조밀 다채롭다.
모래밭에 발자국들이 한 쪽을 향해 무수히 찍혀 있는 것을 보면서 잠시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고픈 충동을 느꼈다. 아직은 이른 시기지만 날씨가 좋아서인지 조금 전 논짓물에서는 수많은 해녀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장관을 이룬 모습을 보았다. 지금 바다와 멀어진지 근 10년이 지났지만 물안경 쓰고 바다에 들어가면 무엇을 잡든 빈손으로 나온 예가 없는 내가 아니었던가?
* 길이가 짧은 모래라는 뜻의 조른 모살 주상절리대 앞(왼쪽 조그만 여가 가마우지 바위)
♧ 널리 알려진 대포 주상절리대
이 병풍을
두른 듯 아름다운 조른모살 해수욕장은 일찍이 하얏트호텔을 지으면서 산책 코스로 이용하기 위해 계단을 만들어 출입하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차를
이 쪽 주차장에 대어놓으라고 한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 눈치를 보는데, 먼저 온 분들이 일행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그늘에서 쉬고 있다가 오늘
코스가 너무 좋아 하나도 피곤한지 몰랐다고 입이 모두 헤벌어져 있다. 아마도 이 코스를 걸어 넘는 답사는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보리밥나무 열매
익은 것이 있어 그것을 따먹는 분도 있었다.
이번에는 앞장서 대형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평상시 같으면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대포동 주상절리까지 걸어가도 될 텐데, 먼 길을 걸어온 뒤라 한 걸음이 아쉬운 것 같아서 차로 가기로 한다. 국제 컨벤션센타 쪽으로 가다보니, 마침 이곳에서는 유채꽃 잔치가 한창이다. 이곳 대포 주상절리대는 수 차례 왔지만 볼수록 새로운 모습이다.
* 풍화작용으로 잘 다듬어진 대포동 주상절리대의 모습
갯깍 주상절리대가 거대하게 새워 놓은 조금 거친 작품이라면 이곳
대포 주상절리대는 필요 없는 기둥은 다 없애버리고 정교하게 다듬은 세련된 조각 작품이다. 그림으로만 보았지만 파르테논 신전이 이만큼 정교할까?
겹겹이 쌓인 검붉은 여섯 모의 돌기둥이 꺾이고, 남아 있는 것은 잘 다듬어 병풍처럼 펼쳐 놓은 이 주상절리대는 중문관광단지 동쪽 해안가에서
대포동 포구까지 이어진다.
나무로 관람로를 만들어 놓아 안전하게 볼 수 있는데, 이곳 저곳에서 사진 찍는 소리와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자연의 위대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지방기념물 제5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처음 온 외지 손님들에게 얼른 자리를 내 드리고 나서 출구 쪽으로 나왔다. 이곳 단골 할머니에게서 만 원짜리 소라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이 없고서야 어찌 제대로 구경했다고 할 수 있을까?
* 어러 가지 형태의 조른 모살 주상절리대
♧ 유채꽃 잔치도 즐기고
우리 학교에서 근 30년을 같이 근무하시다가 정년 퇴임하신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자리를 잡는데, 회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소라 한 점 맛을 본다며 덤비는데 누구는 빼고 누구는 앉힐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먼저 가버렸지만 10명 정도가 남아 있어 해삼 한 접시 더 시켜 놓고, 먹다 남은 막걸리와 소주 한 병을 불러 빨리 오라고 연락할 때까지 소박한
잔치를 벌였다.
점심은 돌고래 쇼를 벌이는 퍼시픽랜드 식당에서 해물탕으로 했다. 해변 길을 실컷 걷고 난 후 먹는 해물탕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맛이 있다. 일행 중에 많은 사람이 시간을 달라고, 유채꽃 잔치를 보고 가겠다고 하여 연대(煙臺) 답사를 생략하기로 하고 1시간을 내주었다. 이틀째 오후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파장 분위기지만 아직도 연이 펄펄 날고 공연도 계속되고 있었다.
* 마당놀이 시연을 준비 중인 동홍리 주민들
진행 중인 마당놀이는 동홍동에서 출연한 '테우리 코서와
쉐맹질'이었다. 소 대신 소 모형을 만들고 마을 사람 수십 명을 동원하여 음력 칠월 보름 백중날에 베풀어지던 굿과 소에게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이는 명절 행사를 벌인다. 한참 구경하다가 시간이 아까워 털고 일어나 먹거리 파는 곳에 가서 다시 빈대떡을 시켜놓고 민속주를 한 잔
했다.
서귀포 삼매봉으로 가다가 은어(銀魚) 축제를 벌이는 강정천에 차를 세우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연대를 보며 도저히 시간이 없어 저곳에 가지 못한다고 이해시키고는 철철 흘러내리는 맑은 물을 본 김에, 물과 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연대는 제주 해안가를 빙 둘러 38개나 설치해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연락하던 시설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도 있지만 거의 터밖에 안 남아 있던 것을 복원했는데, 모양은 거의 같아 이미 다른 곳에서 본 사람이 많다고 하여 마음이 놓였다.
* 서귀포를 대표했던 서예의 대가 소암 선생의 글씨
♧ 삼매봉 공원과 터마져 없어진 삼매봉수
삼매봉은 시민공원으로 조성이 되어 있고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인데, 서귀포 시민들도 여기서 운동과 산책을 즐긴다. 남쪽 바닷가에 외돌개가 서 있고, 정상의
남성정(南星亭)에 오르면 서귀포 바닷가에 떠 있는 범섬, 문섬, 새섬, 섶섬 그리고 서쪽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으며,
백록담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다.
만개한 벚꽃이 반겨주는 조금은 가파른 오름을 올라가니, 눈앞에 남성대(南星臺)라는 낯익은 글씨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곳 서귀포 출신 서예가인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선생의 글씨다. 밤에 남극 노인성(南極老人星)을 보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이 별은 남극 부근 하늘에 뜨며 원래는 붉은 별이 아니지만 두꺼운 지구 대기층에 의한 푸른빛을 흡수해 붉게 보인다고 한다.
* 삼매봉에서 보는 문섬 전경
삼매봉수(三梅烽燧)는 서귀포시 서홍동에 자리했던 서귀진
소속(所屬)의 3개 봉수(烽燧) 중 맨 끝에 해당되는 봉수(烽燧)로 동으로는 호촌, 서로는 귀산봉수와 서로 연락하며 이곳 삼매봉(해발
153m) 정상(頂上)에 위치(位置)하고 있었다. 삼매봉수는 해안선(海岸線)으로부터 한라산 쪽으로 450m∼950m 안에 위치하고 있어 해안선에
거의 근접(近接)해 있는 것이다. 현재 남성대와 통신중계소가 건립되어 있어 옛 봉수대의 자취는 전혀 찾아볼 길이
없다.
아쉬운 마음에 발을 돌리니 시간은 벌써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서둘러 내려와 제주시로 돌아오기를 서두른다. 계획에는 각시바위에 가기로 되어 있으나 인원이 넘쳐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아침에 예고해 두었다. 지금 그냥 돌아가도 5시가 넘을 판이니, 많은 사람이 움직일 때는 조금만 무리해도 자칫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항시 느긋한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 아무 사고도 없고 언짢은 일도 한 건 없이 바다에 가득한 봄을 즐긴 하루였다.
* 조른모살에서 하얏트호텔로 이어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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