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마라도 기행(1)

김창집 2004. 6. 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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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방산 선착장에서 바라다보이는 형제섬

 

▲ 부산스러웠던 아침
 
 2004년 6월 27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장마 중임에도 비는 오지 않고 안개만 자욱하다. 오늘의 행사에 별 지장이 없겠지 하고 컴퓨터를 켜고 몇 가지 정리를 하는데, 안개가 점점 걷힌다. 예약해 둔 선박 운항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안개가 너무 심해 출항이 불투명하다고. 출항 1시간 전까지 안개가 안 걷히면 연락하겠다고 한다.

 

 어머님께 식사를 먼저 드리고 나도 대충 끝낸 다음 오름 팀이 모이는 곳으로 간다. 17명이 모여 갈 곳을 정하느라 오름 지도를 보고 있다. 4번째 주는 정기 산행일로 물찻과 말찻오름으로 예정돼 있으나 날씨 때문에 두 번째 주에 이미 갔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정해야 한다. 오늘 햇빛은 강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풀밭 오름인 좌보미와 궁대악, 돌미로 정하고는 같이 가지 못함을 미안해하며 배웅하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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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도 마라도의 위치

 

 모자와 카메라, 배낭을 메고 걸어서 집을 나섰다. 출발 장소가 제주 시청 마당이어서 샛길로 3~4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언제나 편하다. 시청 마당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 박물관 대학 재학생 팀도 차 2대에 나눠 타고 대정읍 답사 가려고 출석 체크를 같은 장소에서 하기 때문에 헷갈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차를 바꿔 타기도 한다.

 

 우리 탐문회원들은 박물관 대학 졸업생들이어서 처음 여행을 떠나는 재학생들의 허둥대는 모습이 우스운 모양이다. 심지어는 현지에서 점심을 먹는 줄 모르고 우리 도시락을 가져가 버려 회수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아는 얼굴이 많아 차에 올라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도시락을 회수하고 9월과 12월 두 차례 답사 안내를 담당해 있어 그때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차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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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에 점점 멀어져 가는 송악산

 

▲ 겨우 배를 타고 출발
 
 마라도 답사 신청을 받아보니 장마 중임에도 95명이나 되었다. 두 기사의 점심까지 도시락을 넉넉히 준비한다고 100개를 신청하고 차 2대를 빌렸으나, 영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차 1대에는 안내하는 사람이 앉는 기사 옆자리까지 46명이 탈 수 있기 때문에 92명은 가능한데 3명이 문제다. 그렇다고 작은 차를 빌릴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청도 아니하고 당일 현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이다. 아침에야 기분이 내켜 아예 옷차림까지 하고 나온다. 그러면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돌려보내야 하는데 오히려 당당하게 따지는 비위 좋은 사람들도 있다. 또 날씨가 나쁘면 신청하고도 안 와서 시켜 놓은 도시락을 처분하고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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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마라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10여명이 신청하지 않고 몰려와 같이 안 온 사람 대신 가겠다고 졸라댄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같은 회원인데 어쩌랴.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고 차를 현장에까지라도 몰고 가겠다는 분에게 마라도에서 점심을 자장면으로라도 먹겠다는 확답을 받고 5명을 태워 먼저 보냈다. 그러고 나서 자리를 점검하니 안 온 사람의 숫자와 딱 들어맞아 다 태우고 9시 정각에 막 떠나려는 순간, 한 젊은 엄마가 5학년, 3학년 학생을 데리고 와서 신청했으니 같이 가야 한다고 울상이다.

 

 아이들은 무릎에 앉히고 자신은 서서 가겠노라고, 사정하기에 기사의 승낙을 받고 같이 태우고 출발했다. 여객선 사무실에서는 9시 50분까지는 도착해 달라고 야단이다. 다른 손님이 있기 때문에 정시에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주시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는가 하는데 달려 있기에 10시까지 가겠다고 약속하고 달린다. 걱정이 되는지 여러 차례에 어디까지 왔는지 전화로 물어본다. 버스가 좀 낡아서 오르는 길은 느리고 게다가 좁은 왕복 차선만 있는 길에서는 말 실은 트럭이 양보해주지 않아 10시가 돼서야 가까스로 도착하여 10시 15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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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에 한창 피고 있는 손바닥선인장 꽃

 

▲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고

 

 자욱히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헤치며 배가 달린다. 여행길은 언제나 설렌다. 섬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배를 타고 떠나갈 때의 기분은 더욱 그렇다. 잠시나마 골치 아프고 복잡한 인간 관계를 떠난다는 해방감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하여 가슴이 뛰놀아 선실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갑판으로 나와 아스라이 멀어지는 육지와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본다.

 

 형제섬을 옆에 두고 점점 멀어져 가는 송악산이 하나의 섬으로 보인다. 한 무리의 고등어 떼가 지나가고 해파리가 떠 있다.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가파도가 보인다. 작년 여름에 저곳으로 답사 가려고 오늘보다도 더한 법석을 떨던 기억이 난다. 승선 인원이 적어 갈 때 올 때 배를 한 번 더 운행해 달라고 사정사정하여 회원들에게 새벽에 나오라고 일일이 전화 걸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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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에 상륙하자마자 보이는 탑

 

 지금 가는 마라도는 작년 11월 1일에도 다녀왔다. 대정읍에 소속된 마라도(馬羅島)는 면적 0.3㎢, 해안선 길이 4.2㎞, 최고점 39m, 인구 90명(2000년 통계)이 살고 있는 섬이다. 우리 나라 최남단으로 모슬포항 남쪽 11km 해상에 위치해있다. 원래는 가파리(加波里)에 속하였으나 1981년 4월 1일 마라리로 분리된 섬이다. 그래서 우스개로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인심이 좋아서 꾼 돈을 가파도(갚아도) 좋고, 마라도(말아도) 좋다고….

 

 형태는 고구마 모양이며, 해안은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원래는 산림이 울창하였다고 한다. 1883년 영세농어민 4∼5세대가 당시 제주 목사로부터 개간 허가를 얻어 화전을 시작하였는데, 이주민 중 한 사람이 달밤에 퉁소를 불다가 뱀들이 몰려들자 불을 질러 숲을 모두 태워버렸다고 한다. 30년 전에 갔을 때는 소를 길러 그 똥을 길쭉하게 빚어만든 걸 말려서 땔감으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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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단을 지키고 있는 장군바위

♬ 하늘 바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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