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마라도 기행(2)

김창집 2004. 6.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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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 바닷가

 

▲ 마라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

 

 10시 40분.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가운데 배가 마라도 항에 도착했다. 마라도에 출항하는 배는 유양해상관광(주) 소속의 송악산 1호와 2호다. 1호는 240명, 2호는 250명이 탈 수 있으며, 이 배 2척이 하루에 4회 왕복한다. 첫 배로 가면 첫배로 오는 것을 원칙으로 표를 사기 때문에 마라도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밖에 안 된다.

 

 모처럼 마라도 답사를 가는데, 1시간 20분 갖고는 너무 시간이 부족하여 전화로 미리 상의한 결과 두 번째 배에 그 인원이 안 차면 나머지 자리로 인원수를 채울 수 있으면 그 배를 이용해 한 차례 더 연장시켜 2시간 40분을 머물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르내리는 시간을 제외하고 1시간에 섬을 돌아야 한다. 자전거를 빌려 타면 쉬운데 인원이 많으면 곤란하다. 그러나, 2시간 반이면 천천히 돌며 바닷물도 만져보고 회(膾) 한 접시 사 먹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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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이름난 이창명의 '자장면집'

 

 우리는 인원이 근 100명에 이르기 때문에 2차의 승선이 쉽게 예상이 안 되어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다. 마라도에서 승선 30분전에 두 번째 배가 송악산 선착장에서 출발하므로 전화를 걸어 2차 승선 여부를 알 수 있다. 1시간 20분만 활용하고 첫배로 온다면 사계리나 모슬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배로 온다면 너무 늦기 때문에 아예 도시락을 준비했다.

 

 막상 섬에 내려 걷는데 비닐 봉지에 도시락을 받아들고 손에 국까지 든 분들이 아예 먹고 가자고 한다. 그래 어차피 먹을 것, 정자 주위에 둘러앉아 먹기로 하고 도시락이 없는 분들은 자장면을 사드렸다. 참고로 혹 마라도 갈 일이 있는 분께서는 가고 오는 길에 다음 시간을 참고하면서 미리 전화해서 알맞은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송악산에서 출발 - 1항차 10:00, 2항차 11:30, 3항차 13:00, 4항차 14:30, 마라도에서 출발 - 1항차 12:00, 2항차 13:30, 3항차 15:00, 16:10이다.(운항 소요 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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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 앞의 방향 표지판

 

△ 마라도 섬의 연가

 

 뭍에서 섬으로 왔다가 섬이 너무 좋아 섬을 떠나지 못한다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 이생진은 '먼 섬에 가고 싶다 3'에서 이렇게 술회한다.

 

 '우리 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는 너무 쓸쓸해서 오는 즉시 왜 왔나하고 후회할 정도다. 그러나 외로움을 이겨낼수록 더 머물고 싶어지는 섬이다.

 

 둘레가 1500m 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섬 마라도는 해변을 따라 잔디밭길을 걷는 기분이 좋다. 작은 섬이지만 그렇게 여유 있을 수가 없다. 비바람은 물론이요 구름과 안개가 많아 날씨 변동이 심하다. 그렇지만 구 월 중순의 날씨는 환상적이다. 새벽에 고기 잡는 풍경부터 시작해서 해뜨는 광경과 구름 걷힌 한라산의 웅자(雄姿) 한나절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 하루를 마감하는 시뻘건 낙조 한밤중의 별 죽음 같은 정적 따뜻한 인정미 어디서 이런 절미한 세상을 만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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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에 있는 쵸콜렛 전시장

 

 그런가 하면 서귀포의 시인 '한기팔' 선생은 이 섬을 바라보며 어쩌지 못하는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먼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그대 두고 간 하늘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눈물과 한숨으로 고개 숙인
먼바다
새털구름 배경을 이룬
섬 하나

뭐랄까
그대 마음 하나 옮겨 앉듯
거기 떠 있네

먼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내가 건널 수 없는 수평선
끝끝내 닿지 못할
그리움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 '먼바다 푸른 섬 하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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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남쪽에 세워 놓은 대한민국 최남단비

 

▲ 장군바위의 위용과 전설

 

 식사가 끝난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로 들어간다. 첫 번째 만나는 집이 그 유명한 '이창명의 자장면 배달'집이고, 그 옆에 각 방송사 매스컴을 탔다고 요란스럽게 선전벽보를 붙인 마라도 원조 해물탕집이다. 앞에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고 학생 3명, 직원 3명의 마라분교가 있었는데, 그래도 정문 앞에는 우리 나라와 세계 여러 도시의 방위와 거리를 나타내는 조그만 표시탑을 세워 놓았다.

 

 우선, 마라도에 온 사람들의 관심사는 최남단에 가보는 것이다. 가는 길에는 교회도 보이고, 절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곳도 있다. 한쪽에는 별장 같은 서양식 건물이 서 있는데, 그것은 쵸코렛 박물관처럼 여러 가지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드디어 최남단비에 이르러 우뚝 솟은 장군바위를 본다. 하늘에 살고 있는 천신(天神)이 지신(地神)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지는 장군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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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드나들 정도로 넓은 해식동굴(마라도 홈에서)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를 향하여 신사참배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군바위 가까운 곳에는 신사비가 세워져 있었으나, 민족정기를 살린다하여 부숴 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라섬의 등대를 일본인들이 세운 것과 연관 지워 보면 그 신사비의 의미가 가볍지만은 않다.

 

 마라도 사람들은 이 장군 바위가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믿어왔으며, 그래서 이 곳에서 해신제를 지내곤 했다. 그런 만큼 이 바위에 올라가는 것은 금물, 혹시라도 장군바위에 올라가면 바다가 노한다고 믿었다. 전해지는 바로는 바위 중간까지 올라가면 중놀(파도가 아주 거세가 일어나는 현상)이 불고, 더 높이 올라가면 대놀이 분다하여 이 곳에 올라가는 것을 금기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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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속의 마라도의 파도(마라도 홈에서)

 

♬ Step By Step / Eddie Rabb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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