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검색한 후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고 그대로 인용 발표하는 바람에 잘못 된 것이 많다. 이를 테면 제주 특산인 제주황기와 탐라황기를 혼동하는 것 같은 유(類)이다. 필자도 이전에는 같은 걸로 치부해버린 적이 있다. 마침 한라산에서 찍은 제주황기와 오름에서 찍은 탐라황기가 있어 여기에 싣는다.
♧ 탐라황기(耽羅黃艸+氏)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자주개황기, 털황기라고도 한다. 높은 산의 들판에서 자란다. 높이 10∼20cm로
줄기는 무더기로 나와서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어긋나며 홀수 깃꼴겹잎이고 짧은 잎자루가 있으며 길이 5∼15cm이다. 작은 잎은 11∼17개로서
긴 타원형이며 길이 7∼20mm, 나비 3∼8mm이고 끝이 뾰족하다. 뒷면에는 가운데가 붙어 있는 털이 난다. 턱잎은 넓은 바소꼴이며 뒷면은
반쯤 붙는다.
꽃은 7∼9월에 짙은 자줏빛으로 피는데, 길이 약 3cm의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에 흰색이나 검은색의 털이 나고 5개로 갈라지며, 갈래조각은 줄 모양, 길이는 통부 길이의 반 정도이다. 열매는
협과로서 길이 15∼18mm, 나비 약 4mm로서 털이 나고 2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한라산, 일본, 중국 동북부,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나비나물과 혼동하기 쉽다. * 기(艸+氏)는 글자가 뜨지 않아 만들었습니다.
♧ 탐라식물지(耽羅植物誌) - 신석정
1. 협죽도(夾竹桃)
연보라 빛 꽃 이파리로
십월을 밀어내면서
돌담을 넘어 낯을
붉힌다.
겨울도 봄인 양
부푸는 바람을 닮아
네 가슴도 뜨거운
탓이지….
2. 문주란(文珠蘭)
흔건스런 잎새를
펼 대로 폈고나
나도
언제
무거운 어깰
너처럼 펼거나.
3. 풍란(風蘭)
삭은 香나무 등걸에
뿌릴 감고
못 견디게 칭칭 뿌릴
감고,
햇볕과 공기를 마시고 사는
네 가녀린 숨소리 속에
나는 시방 외로운 나그네로
백록담 물소리를 멀리 듣고
있다.
4. 석곡(石斛)
까칠하게 여윈 어깨에
줄등 켜 달듯 꽃을 달고
한라산 어늬 낭떠러질
꾸미던 솜씬데
비좁은 꽃가게에 갇혀
'비바리'처럼 이내 말이
없다.
5. 유자(柚子)
그 독한 향길
어디 간직하였기에
이리도 못 살게 번지는
것이냐
탐라국에 너희들만 살았더라도
바다보다 서러운 역사가
아예 남진
않았으리라.
6. 종려(棕櫚)
후리후리한 키에
다갈색 '맘보 쯔봉'을 입고
떠나온 고국을 바다
건너 느껴도
밤낮 보는 바다에 지쳐
부채같이 넓은 손을
그저 자꾸만 흔드는
게지….
7. 용설란(龍舌蘭)
사막에서 배운 버릇으로
햇볕을 마냥 과식한
짐승스런
혓바닥을
돌담과 가즈런히 내밀고
고국이 그리워도
니그로처럼 망향가(望鄕歌)도 잊어
차마 울음도
터뜨릴 수 없는
혓바닥엔 가시가 돋았나 보다.
8. 소철(蘇鐵)
육중한 몸집인데
간드라진 봉(鳳)의 꼬리로
유장(酉長)처럼 머리를
단장하고
'바람두 모르겠노라!'
'계집두 모르겠노라!'
'도올두 모르겠노라!'
입을 다물고 사는 네가
어쩌면 이리도
안쓰러울까.
9. 동백(冬栢)
푸르다 지쳐 검은 이파리 속에
이윽고는 터뜨릴 꽃봉오리
속에
꽃봉오리마다 가득 담은 이야기 속에
고을나(高乙邦)의 손주딸의 웃음소리 속에
꽃보다 진하고 뜨거운 입맞춤 속에
탐라는
아직도 젊어 바다에 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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