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이름, 종류가 많은 이질풀꽃

김창집 2006. 9. 27. 06:52

 

 오늘이 9월 27일이고 보면 9월도 다 저물어 간다. 그 지긋지긋한 열대야의 8월을 보내고 서늘한 공기를 대한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빨리도 가버렸다. 밤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귀뚜라미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노래 속에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간다. 들판에 나가 보면 온갖 들꽃들이 명멸하고 억새들도 머리를 풀어헤쳤다. 이질풀꽃은 이른 것은 9월이 되기 전부터 피어 같은 과(科)의 쥐손이풀과 혼동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질풀은 한약명으로 노관초(老菅草), 노학초(老鶴草)라 하고, 쥐손이풀은 현초(玄草), 현지초(玄之草)라고도 하는데, 이질풀, 쥐손이풀, 둥근이질풀, 꽃쥐손이, 털쥐손이 등 쥐손이풀과의 식물은 어느 종류 할 것 없이 효과가 다 같아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맛은 약간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근육과 뼈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것, 팔다리의 마비나 경련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만성 이질을 낫게 한다.

 

 오늘은 이기철 시인의 시와 함께 한다. 1943년 경남 출생으로 1972년 현대문학에 '5월에 들른 고향' 등이 추천되어 등단한 시인은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제12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시집으로는 '낱말 추적'  '청산행(靑山行)'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등이 있다.

 

 

♧ 이질풀은

 

 쌍떡잎식물 쥐손이풀목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거나 기듯이 뻗으면서 자라고, 길이가 50㎝에 달한다. 줄기를 비롯하여 전체에 털이 많고 뿌리는 여러 개로 갈라진다. 손바닥 모양의 잎은 마주나며, 3∼5개로 갈라진다. 너비가 3∼7㎝ 정도인 잎은 앞뒷면에 검은색 무늬와 털이 있다. 지름이 1∼1.5㎝인 연한 홍색, 홍자색, 흰색의 꽃은 8∼9월에 피며, 하나의 꽃자루에 1∼2개의 꽃이 달린다. 5개의 씨가 들어 있는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위로 말리는 삭과(果)이다. 열매 껍질의 용수철같이 말리는 힘으로 씨를 멀리 퍼뜨릴 수 있다.

 

 전국의 산야, 초원, 길가, 밭둑 등에서 흔히 자라며, 예로부터 이질에 특효가 있다고 해 이질풀이라고 한다.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으나 민간에서 이질, 복통, 변비, 대하증, 방광염, 피부염, 종창, 위궤양 등의 치료에 쓰이며, 특히 양계를 하는 데 있어 병아리 때부터 이 풀을 달인 물을 먹이면 닭의 백리병(白痢病) 등 위장병의 예방과 질병의 치료에 좋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영약으로 여기며 주요 성분으로는 타닌, 케르세틴, 갈산, 숙신산 등이 있다. (이상태)
 

 

♧ 유리(琉璃)의 길 3 - 이기철

 

개미를 보면 나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비를 보면 나는 너무 많은 악에 길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잔디를 보면, 냉이꽃을 보면 나는 너무 많은 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생이 둥굴레풀 꽃다지 민들레
고사리 우엉잎 도꼬마리 이질풀
아, 나는 너무 많은 이름들을 놓쳐버렸다

 

구름을 보면 나는 아직도 내 앞에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을 보면, 파도를 보면 나는 아직도 내 앞에 출렁일 것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 이기철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끓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춧잎처럼 비출 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 아래서 잠깬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 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 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뒤에서 또 어깨를 툭 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 들판은 시집이다 - 이기철

 

천천히 걷는 들길은 읽을 것이 많이 남은 시집이다
발에 밟히는 풀과 꽃들은 모두 시어다
오전의 햇살에 일찍 데워진 돌들
미리 따뜻해진 구름은 잊혀지지 않는 시행이다
잎을 흔드는 버드나무는 읽을수록 새로워지는 구절
뻐꾸기 울음은 무심코 떠오르는 명구다

 

벌들의 날개 소리는 시의 첫 행이다
씀바귀 잎을 적시는 물소리는 아름다운 끝 줄
넝쿨풀은 쪽을 넘기면서 읽는 행이 긴 구절
나비 날갯짓은 오래가는 여운이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혼자 남는 파밭
종달새 날아오르면 아까 읽은 구절이 되살아나는
보리밭은 표지가 푸른 시집이다
갓 봉지 맺는 제비꽃은
초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동시다

 

벅찬 약속도 아픈 이별도 해본 적 없는 논밭
물소리가 다 읽고 간 들판의 시집을
풀잎과 내가 다시 읽는다


 

♬ 가을 편지 -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