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10월, 갯쑥부쟁이를 올리며

김창집 2006. 10. 1. 07:34

 

10월입니다.
비로 시작되었지만 창문을 여니 상큼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릴케의 시 '가을날'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 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

 

결실의 계절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갯쑥부쟁이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바닷가의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높이는 30∼100cm이고, 줄기는 곧게 자라며 가늘고 긴데 윗쪽에서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뿌리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 모양이며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양면에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안으로 굽은 톱니와 털이 있다. 줄기잎은 줄 모양 또는 거꾸로 세운 바소 모양으로 끝이 둔하고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두상화(頭狀花)의 중심꽃은 노란색이고 가장자리꽃은 자주색의 설상화이다. 꽃은 8∼11월에 피며 지름 3∼5cm로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달린다. 총포는 반구형이고 포는 두 줄로 배열되며 줄 모양 바소꼴이다.

 열매는 수과로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관모는 0.5mm 정도로 흰색이다. 어린순은 식용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부 이서), 타이완, 중국 등의 온대에서 아열대에 분포한다. ('네이버 사전'에서)

 

 

♧ 물안리 쑥부쟁이 - 김혜경

 

선창 끝에 파도가 쭈그리고 걸려 있다
바람이 작은 게를 낚시에 끼운다
파도도 물살 다듬으며 낚시를 한다
꼬물대며 미끼에 걸려든 문어
찰칵 마을의 내력을 찍어 인화하는 햇볕
문어는 먹이를 놓지 않으려다
그만 다리 하나를 잃고 물 속으로
파아파아 헤엄쳐 간다
노인은 한참동안 문어가 간 물길을 쳐다본다
오랫동안 창을 갈지 않은 집
덜컥덜컥 깨진 창 바람이 비릿하다
어둠이 석간 신문을 펴면
하얀 쑥부쟁이 물안리 구석구석
숨겨진 기사를 복간한다

 

 

♧ 상처받은 자에게 쑥부쟁이 꽃잎을 - 박남준

 

쑥부쟁이 그 목 긴 꽃 그늘이 바람결에 사위어 가는 강 길을 따라
가슴에 못을 박은 사랑을 보냈는가
짐승처럼 웅크린 채 한 사내가 울고 있다
언젠가는 사랑에 비하면 오늘의 상처는 턱없이 가벼우리라
쑥부쟁이 꽃들 그 여린 꽃잎 가만가만 풀어 보내
사내의 물결쳐 가는 뒷등을 잔잔히 껴안는다
 

 

♧ 쑥부쟁이에 울다 - 김은숙


1. 전설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은
거친 가난의 옷 무겁게 입은 쑥부쟁이는
상처 입은 생명 거두어주던 대장장이 큰딸은
칡덩굴 생명줄로 내려보내 기어이
먼 데 사내를 연모하는 거센 밧줄에 묶였네
기다림의 덫에도 부풀던 쑥부쟁이는
속 깊이 노란 꽃술을 가진 연보랏빛 여인
살아서는 한 번 피어보지 못한
가없는 기다림 기다림의 여인
연보랏빛 꽃물일랑 속살 깊숙이 눌러두고
벼랑 아래 몸 던져도 끝나지 않는
그리움만 흐느낌만 무성하게 자랐네
노란 꽃술 입에 문 연보랏빛 여인
쑥부쟁이는 쑥부쟁이는

 

 

2. 세월 건너

 

소슬바람 한줄기 뿜어내며 서있는 그대 곁에 눕네
내 마른 등짝 닿은 지층이 순간 흔들린 듯도 한데
그대 노란 꽃술 언뜻 다가와
서걱대는 내 속을 기웃거리다가
서늘히 내 살 문지르며 한 슬픔을 떨구네
단단하게 뿌리내린 보랏빛 연모 온 몸으로 길러내며
긴 세월을 품고 또 푸는 그대여
나는 잠시 아리고 난감해지는데
내 육신의 그늘에 갇힌 숨은 돌기는
실핏줄 터뜨리며 돌연 일어나
제 녹슨 속살 저미며 또 만발하는데
기다림조차 품지 못한 살갗 밑엔 뿌옇게
저 먼 사막의 모래바람만 흩어진다고

 

 

♬ 새보다 자유로워라 - 유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