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오미자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일·월요일, 사흘 동안 한라산과 학교 주변에서 모은
빨간 구슬들을 꿰어 시월의 마지막 날에 보내 드립니다.
제주의 올 여름은 너무나 무더웠고
9월말부터 시작된 가뭄은 흙의 부족한 곳의 나무들의 잎을 떨구어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없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열매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종족을 보존하고
오래오래 후손을 퍼뜨리며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이제 11월이 되면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겠지요.
10월 마지막 날인 오늘일랑 아름다운 추억 만드시고
뜻깊은 새 달 맞으세요.
▽ 까마귀밥나무
♣ 10월의 끝자락에서 - 반기룡
갈대 숲을 지나며
지나온 상념 조각을 모자이크 해 봅니다
쓸쓸함은 언제나
많은 생각을 불러와
종종 시집을 뒤적이게 하고
잊었던 단어를 반복하게 하는 마력이 있기도 하지요
빨간 물감이 쏟아질 때마다
황홀경에 사로잡혔던
계절의 언덕에 올라
조금씩 깎여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며
아름다움이란 결국 윤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 구기자
뜨거움은 선선함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곧이어 무서리 내리는 날이 오게 되며
그것도 모자라 된서리가 풀숲에 과일나무 잔가지에
냉기의 의미를 전송하겠지요
이처럼 돌고 도는
윤회와 순환의 법칙에 따라
마음의 옷을 갈아입고 더움도 차가움도
무던히 견디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시월의 만산홍엽은
훗날에 낙엽으로 이름표를 고쳐 달지만
10월의 끝자락은 단풍처럼
환하게 붉었노라고 힘차게 외칠 수 있어야 하겠지요
▽ 참빗살나무
♣ 시월의 마지막 밤에 - 근암(槿岩) 유응교
노을 진 창가에
노랗게 물든 낙엽을 헤치고
고달픈 내 영혼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옷자락 길게 끌며
내게로 오라
낙엽은 언제나
떠남과 이별의 상징이지만
푸르른 영혼을 다시 기대 할 수 있기에
내게는 큰 위로가 되리니.
▽ 윤노리나무
달빛 차게 내린
초저녁 가을바람을 헤치고
외로운 내 가슴에
따뜻한 손을 내밀며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와인 잔에 어리는 달빛과 함께
내게로 오라
달빛은 언제나
슬픔과 고독의 표상이지만
그대의 따뜻한 미소 앞에선
일렁이는 사랑의 불꽃이니까
▽ 화살나무
옛 추억 어려 있는
어두운 밤바다 잔물결 헤치고
함께 노 저어
환상의 섬으로 가기 위하여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촛불을 밝혀 들고
내게로 오라
물결은 흘러흘러 쉼 없이 가고
우리 사랑도 기약 없이 흐르고 말았지만
그 사랑 지금쯤 저 섬에 머물러 있으려니
시월이 가기 전에 그대여 어서 오라!
▽ 후피향나무
♣ 시월의 마지막 날 - 남경식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늦은 오후 가로수 길을 걸어가노라면
늘 따라 걷는 긴 그림자도
가을을 지나 겨울을 걷는다
옷깃을 여민 여인네들의 긴 옷 사이로
햇살은 무수히 깨어져 구르고
조경으로 심은 대로변 국화엔
벌들이 아직도 한 세상인데
문득, 먼 곳의 사람이 된
늦가을을 좋아하던 그대가
생각나는 시월의 마지막 날
이파리 떨구는 가로수 사이로
한 잎 두 잎 부서지는 햇살을 따라
그대의 또랑한 눈망울도
가을을 지나 겨울로 깊어만 간다
그대가 생각나는 이즈음에는
늘 세월이 빠름을 절감한다.
▽ 청미래덩굴
♣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生)이란 그저 신(神)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아니야 머리 흔들 때마다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검은 씨앗들
타버린 눈물로 땅 위에 내려앉을 때
가야할 길 막막하구나
그렇다 그대 앞에 설 때 말하지 못하고
몸 뒤채며 서성이는 것
몇 백 년 울리는 것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던가
향기(香氣)를 버리고 빛깔을 버리고
잎을 버리는 나이
턱 빈 기억 속으로
혼자 가는 발자국 소리 가득하구나
▽ 말오줌때
♬ 잊혀진 계절 -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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