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치열한 삶의 현장 톤레삽호

김창집 2007. 1. 22. 01:18

 

▲ 캄보디아 자연의 이해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 남동부 캄보디아 평원에 위치하며 메콩강(江)이 중앙을 관류하는 평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형은 남쪽을 제외한 세 방향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산지의 중앙에는 넓은 평원이 전개되어 있어 마치 얕은 대접 모양이다. 주위의 산지는 가장 높은 남서부의 카르다몸(크라반)산맥도 표고 1,000∼1,500m에 불과하다. 이들 산지는 중앙부를 향하여 완만하게 경사져 있으며, 서부에서 가장 움푹 팬 부분이 '큰 호수'라는 뜻의 톤레삽 호이다.

 

 중앙의 캄보디아 평원은 처음에는 해저에 속했으나 충적작용에 의해 평야로 바뀌었고, 해발고도 20m부터 수백m에 이르는 작은 구릉이 산재하여 단조로운 평야의 경관을 깨뜨리는데, 국토의 약 3/4이 삼림으로 덮여 있다. 북부, 서부, 남서부의 산지에서 흘러내리는 강은 모두 톤레사프호(湖)로 유입하며 호수의 동쪽 끝에서 톤레사프강이 되어 남동쪽으로 향한다. 동부 구릉의 가장자리로는 메콩강이 흐르며 북동부 산지에서 흘러내리는 지류가 유입된다.

 

 

 

 메콩강은 라오스 국경의 콘폭포로부터 캄보디아 평야를 남쪽으로 관류하면서 세콩강과 세산강의 지류를 합하여 강폭을 넓히고,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톤레사프강과 합류한다. 갈수기에는 톤레사프호의 물이 톤레사프강으로 흘러 프놈펜 부근에서 메콩강에 합류하고 여름의 용수기에는 프놈펜으로부터 물이 역류하여 호수로 들어가 유량 조절지 역할을 한다. 톤레사프호의 호안선(湖岸線)은 지도상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넓은 지역까지 확대된다.

 

 기후는 전형적인 열대몬순기후로 10월 중순∼5월 초의 건기와 5월 중순∼10월 초의 우기로 나누어진다. 건기는 비교적 서늘한 11∼2월과 더운 3∼5월로 나누어져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2∼1월에 많다. 강수량은 주변 산지에 많고 몬순의 영향이 미미한 중앙평원에서는 적다. 연평균강수량은 1,000∼1,500㎜이나 남서부 산지의 바다쪽 경사면은 5,000㎜ 이상이다.

 

 그래서 식생은 주변산지에 밀림이 우거져 있을 뿐 다른 지역은 관목과 초원이 혼합하는 사바나의 경관을 이룬다. 중앙평원은 제1의 농업지역으로 대부분은 논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가 자연식생에 적합하며 동물로는 코끼리, 야생 물소, 호랑이, 퓨마, 표범, 곰 등과 수많은 작은 짐승들이 있으며 특히 코브라, 왕코브라, 줄무늬크레이트(코브라의 일종), 러셀 등 위험한 독사가 많다.

 

 

 

▲ 톤레삽 호수와 메콩강

 

 둘쨋날 우리가 갈 곳은 톤레삽 호수였다. 이 호수는 캄보디아 핵처럼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건기(乾期)에는 길이 150km, 너비 30km, 면적 3,000㎢나 되지만, 우기(雨期)에는 메콩강(江)의 물이 역류하기 때문에 평소의 3배나 되는 9,000㎢까지 넓어진다. 바다가 충적작용으로 육지가 되면서 그중 일부가 남아 호수가 되었다. 따라서 이 호수는 옛날부터 캄보디아의 중심이 되었고, 위대한 앙코르문화를 낳았다.

 

 수도인 프놈펜이나 앙코르 유적 모두 이 호수를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호수에서는 풍부한 물 공급 이외에 담수어가 많아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그러나 호수는 충적토에 의하여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증수기(增水期)에는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 캄퐁참, 시엠레아프, 바탐방 등의 도시까지 오갈 수 있다. 시엠립에서 차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이렇게 메콩강(Mekong R.)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이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오래동안 중국 대륙을 흘러 라오스와 미얀마 국경을 이루다가 라오스로 가서 흐르다 다시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을 따라 흐르다 캄보디아에서 세 줄기가 합치며 베트남의 남부를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총길이는 4,020㎞, 유역 면적만도 80만㎢이다. 동남 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적으로도 뒤떨어지지 않은 큰 강이다. 라오스에서는 1,500km에 걸쳐 흐르는데 하류는 폭이 좁아지고 깊어지다가 라오스와 캄보디아와의 국경에서 콩 폭포를 이룬다. 

 

 

 

 캄보디아를 흐른 강줄기는 크라티에에 이르는데, 이 부근부터 프놈펜까지는 상당히 큰 선박의 항행도 가능하며 지류들을 합쳐서 수량은 더욱 풍부해지고 흐름도 완만해진다. 프놈펜 주변에서 북서쪽의 통레사프강(江)과 합류했다가 프놈펜 남쪽에 이르러 두 강으로 갈라지는데, 동쪽으로는 본래의 메콩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분류인 바삭강(江)이 흐른다. 이 지점에서는 4개의 강이 K자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4개의 팔'이라 불린다. 

 

 여기서부터 베트남으로 들어가 220km를 흐르는데 흐름은 매우 완만하고 폭이 2km나 되며 유역에는 메콩 삼각주의 무논[水畓]지대가 펼쳐진다. 남중국해로 들어가기 전에 메콩강은 다이강(江)을 비롯한 9개의 강으로 갈라지는데,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메콩강을 구룡강(九龍江)이라고도 부른다. 메콩강은 동남 아시아의 다른 강들과 마찬가지로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건기인 3∼5월에는 최저 수위를 나타내고, 남서 계절풍이 불어오는 우기에는 수량이 증가한다. 특히 우기에는 통레사프강이 역류하여 그 상류에 있는 통레사프호(湖)로 흘러들어가, 호수의 면적이 건기의 약 3배로 불어나 범람한다. 

 

 인도차이나 교통과 생활상의 대동맥으로, 특히 베트남에서는 종횡으로 수로가 건설되어 없어서는 안 될 요로(要路)이다. 메콩강이 반출하는 이토(泥土)는 연간 10억㎥나 된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하구부의 삼각주가 현저하게 커지고 타이만(灣)이 얕아져 현재는 어류에 영향을 주고 있다. 1957년 유엔 극동경제위원회(ECAFE)가 메콩강 개발을 추진하여 세계 각국의 기술, 경제원조로 지류에 여러 개의 댐을 건설했다. 수력발전 개발, 용수 공급시설 건설 등 방대한 사업이 계획되고 있으나, 연안 여러 나라의 국가체제의 차이 등으로 난관이 많다. 
 

 

 

 

 

 

▲ 뜨거운 삶의 현장, 호수의 지류

 

 우리는 여행사에서 모두 대행하기 때문에 진입하거나 배를 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고, 이제는 잡상인들이나 "원 달라!"하는 아이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아침을 짜게 먹었는지 맥주를 마시고 싶어 얼마인가 물어보았더니 1달러라 하길래 급한 대로 시원한 걸로 하나 따서 벌컥벌컥 마시면서 10달러를 내고 두 개를 사려고 했더니, 이곳 저곳 다 뒤져도 잔돈이 4달러밖에 안 된다고 해 옆에

있는 일행에게 물어 콜라와 맥주를 더 사줄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비가 내렸는데도 흘러드는 물이 별로 없어 좁은 지류(支流) 끝을 따라 조성된 마을의 물과 집들은 그대로 시커멓게 변해 있다. 누군가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못 견디겠더란 말을 하던데, 시골 출신이면서 한 일년 월남에서 살아서 그런지 곧 동화되었고 냄새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전에 태국 수상가옥에 갔을 때 원적외선 때문에 물 색깔은 그래 보여도 쉽게 변하지 않고 자정작용(自淨作用)도 빠르다 하더니 이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식수는 어떤지 몰라도 여과되지 않은 생활 하수가 흐름이 느린 이곳에 그대로 방류될 것이고 보면 우리 나라 같으면 코를 들고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돼지우리를 옆에 차고 사는 집도 있고, 온갖 고기가 거래되며 냄새를 풍기는 곳이 아닌가? 이곳이 하천이어서 임자 없는 땅을 찾아 집을 짓고 사는 진 몰라도 그냥 땅에다 지은 집은 드물다. 가까운 상류 쪽은 더러워서 그런지 아주 꾀죄죄하며 시커먼 집들이 대부분이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집도 크고 깨끗하다.

 

 학교도 보이고 관공서 같은 곳도 보이더니 집이 없는 곳에 이르러서야 고기 잡는 모습이 보인다. 옆 풀숲 사이로 작은 그물을 치고 배가 다 기울어지도록 풀숲을 두드리며 고기를 내보내고 있다. 혼자 외로이 잡는 사람도 있고, 부부나 어린 아들과 같이 잡는 사람도 있어 이곳이 치열한 삶의 현장임을 느끼게 한다. 그러는 사이에도 좁고 얕은 수로를 통하여 쉬임 없이 많은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오간다.

 

 

 

 

 

▲ 수평선 너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호수     

 

 갈수록 물이 맑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진흙 빛은 가새지질 않는다. 넓은 목으로 나서면서 집은 커지고 TV 안테나는 늘어간다. 커다란 식당처럼 보이는 집도 있고, 십자가가  높이 솟아있는 교회도 있다. 호수를 돌면서 늘어선 집들은 모두 통제할 수 없어 무국적인 사람들도 많다 한다. 갈대 숲으로 이어지는 의지 없는 곳으로는 더 좋고 튼튼해 보이는 집들이 드문드문 떠있다.


 듣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월남 패망시 피난 온 부자들이나 서민들도 있고, 크메르루즈에게 쫓기어 숨어든 사람들도 있다 하나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도 그렇게 깊은 곳이 없다 그러는데 그래도 갈수록 깊은 것 같다. 멀리 수평선에 커다란 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호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겠다. 언제 나타났는지 우리 배 쪽으로 장사치 배가 따라붙어 꼬마가 올라온다.

 

 우리는 몇 가지 과일을 사고 얼마를 주어 꼬마를 내리게 하고 한 바퀴 커다란 반원을 그리고는 들어온다. 건기에는 '물 반 고기 반 한다.'는 데 그리 깊지 않고 물 흐름도 빠르지 않아 많은 고기들이 살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많은 유기물들이 있어 먹이사슬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고 고기도 엄청나게 많은 종들이 태어날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날 오후 인공호수 바라이 유원지에 갔을 때 여러 가지 고기를 구워 팔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곳은 보통 저녁에 와서 저녁놀을 즐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는 저녁에 호치민(구 사이공)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오전에 오게 된 것이다. 점심은 시엠립의 평양냉면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 선상식당에서 못하는 것이 유감스럽다. 돌아올 때 보니까 고기 잡는 배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 늘 보는 풍경인 듯, 관광객들을 의식하지도 않고 열심히 고기를 잡고 있다. 지금도 1㎢당 5만톤의 물고기가 노획되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