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65

제주 조천 북촌마을 4․3길(3)

□ 낸시빌레를 찾아서 북촌포구에서 그 옛날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을 ‘도아치물’을 살펴본다. 돌을 깎아 예쁘게 둘러놓았는데, 제주마을 용천수 대부분이 그렇듯 ‘물 긷는 곳’과 ‘채소 씻는 곳’, ‘빨래하는 곳’의 구분을 해 놓았다. 양쪽으로 물팡을 길게 만들어 놓은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것 같다. 포구를 지나 골목길로 접어든다. 한꺼번에 300여명이 희생되었기에 그 이후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밤이 되면, 이 골목에도 제사를 치르느라 향냄새가 진동했을 터. 끊어질 듯 숨어 우는 울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멀리 떠있는 다려도와 환해장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일주도로로 나와 동복리와의 경계에 이르러서야 교차로에 세운 ‘낸시빌레’ 안내판이 보인다. ‘낸시빌레’는 1948년 12월 16일 북촌마을 청년..

길 이야기 2020.04.23

제주 조천 북촌마을 4.3길(2)

이제 곧 4월이 다가오는데도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이곳 4․3길에선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그래도 오늘 걷는 코스가 올레 19코스와 대부분 겹쳐 있어 가뭄에 콩 나듯 몇 분 만났을 뿐이다. □ 현기영의 ‘순이삼촌비’ 너븐숭이 4․3기념관 전시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아무도 말 못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고향의 아픈 역사에 대해 펜대를 들이댄 작가가 현기영이었다. 그는 북촌리의 4․3을 다룬 작품「순이삼촌」을 1978년 가을호에 발표하면서 침묵의 금기를 깨고 논의의 한복판으로 끌어내었다. 그러나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연행되어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는 이 작품 발표 30주년을 맞아 통권22호에 실었던 ‘작가와의 대담’ 내용 일부를 덧붙였다. ‘한 공동체..

길 이야기 2020.04.06

제주 조천 북촌마을 4․3길(1)

□ 다크 투어리즘과 4․3길 근래 들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전쟁이나 학살처럼 비극적인 역사현장 또는 대규모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일컫는다. 과거 제주 여행은 아름답고 독특한 경관이나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찾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 뜻있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 너머에 숨어 있는 제주 최대의 비극 4․3의 현장을 찾아 이를 바로 이해하고 평화의 참뜻을 깨닫기도 한다. 이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화해와 상생으로 4․3을 해결해온 제주인의 노력을 알리는 한편,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제주도와 4․3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안덕 동광마을, 남원 의귀마을, 조천 북촌마을, 한림 금..

길 이야기 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