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65

서귀포시 서홍동 '추억의 숲길'(1)

□ 추억의 숲길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억의 숲길’ 출발점에 세운 안내판을 보면 ‘선조들의 멋과 추억의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사는데 여유가 있어 건강을 위해 자연을 즐기며 숲길을 걸었던 선조들을 생각할 수는 없고, 화전을 일구거나 목축 또는 약초를 캐며 살았던 사람들이 ㅅ라았던 조그만 산촌이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 길은 입구가 요즘 한창 붐이 일기 시작한 ‘서귀포 치유의 숲’과 이웃하고 있어, 토평에서 출발, 오일장과 동문로터리, 중앙로터리를 경유, 남주고에서 산록남로(1115)를 거쳐 치유의 숲에 이르는 625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하루 네 차례밖에 없다. 코스는 한라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 마을이 있던 곳을 지나 ‘편백쉼터’에서 삼나무길 서쪽으로 한라산 둘레..

길 이야기 2022.09.30

서귀포 '하영올레' 3코스(3)

□ 면형의 집 ‘면형의 집’은 ‘한국 순교복자 성직 수도회–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수도원’이란 긴 이름을 가진 서귀포시 서홍동 204번지에 자리한 수도원이다. 마당으로 들어가 오래된 녹나무 앞에 서면, 내력을 적은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은 과거 홍로본당이 있었던 곳으로 성당과 사제관으로 쓰던 건물들이 방치된 채 남아 있었는데, 1959년 당시 서귀포 성당 주임 사제였던 모 로베르트(R. Brady) 신부는 당시 광주대교구장인 현 하롤드(Most Rev. Harold Henry) 대주교의 허락을 받아 방치된 홍로본당의 관리를 한국 순교 복자 성직수도회에 요청했다. 이에 수도회에서는 1959년 8월 17일 3명의 수사를 파견하면서 수도회 두 번째 분원이 되었다.’ 당시 수사들은 밀감농장을 운영하면서 서귀포 ..

길 이야기 2022.09.26

서귀포 '하영올레' 3코스(2)

□ 변시지 그림정원 평소 ‘풍토가 예술의 전부’라 했듯, 그가 태어난 서홍동 한편에 주민들에 의해 ‘변시지 그림공원’이 탄생했다. 잘 다듬지 않은 자연석에 새긴 ‘변시지 그림정원’을 확인하고 안을 들여다보면, 정낭도 걸치지 않은 정주먹 너머에 변화백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형상화 해놓았다. 주변 울타리 안으로는 그의 대표작의 하나라 할 만한 ‘이어도’를 비롯한 서너 작품을 현무암을 깎아 검은 색으로 새겨 놓았다. 황토빛이 아니라도 충분히 어울린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까마귀를 여기저기에 배치해 놓았다. ‘파란 바닷물이 출렁일 때면/ 이어도는 어떤 곳일지/ 늘 궁금하였다.//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이 폭풍이 되고/ 그 세찬 폭풍 속을/ 지팡이를 짚고/ 쓰러질듯 절룩이며/ 이어..

길 이야기 2022.09.21

서귀포 하영올레 3코스(1)

□ 연외천과 동흥천을 따라 걷는 길 하영올레 3코스는 서귀포 시가지의 북서쪽, 천지연의 상류인 연외천과 정방폭포의 상류인 동흥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가끔씩 들리는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시냇가의 우거진 숲과 온갖 식물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주요 볼거리는 옛 홍로현의 흙담소나무길, 서귀포가 낳은 화가 변시지의 그림 정원, 전설이 끝없이 이어지는 지장샘, 오래된 녹나무, 그리고 서귀포 감귤농사의 시발점이 된 미장온주밀감의 후계목이 전해지는 면형의 집 등이다. 다른 코스와 마찬가지로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출발하여 솜반천 탐방로, 흙담소나무길, 변시지 그림공원, 지장샘, 면형의 집, 산지물 물놀이장, 동흥천 힐링길을 돌아오는 총 7.5km로 천천히 걸어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솜반천 ..

길 이야기 2022.09.17

서귀포시 '하영올레' 2코스(3)

□ 아름다운 서귀포항 ‘미항(美港)’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름다운 항구’다. 우리가 흔히 나폴리(이탈리아),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시드니(오스트레일리아)를 세계 3대 미항이라 하지만, 서귀포항도 규모만 좀 작지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숲을 포함하는 주변 경치나 새섬으로 두른 안온함, 또 천지연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인해 수심이 쉽게 낮아지지 않고, 바로 태평양을 향해 열린 점 등이 그렇다. 여객선터미널을 둘러보고 나오다가 오랜만에 수족관에 잠겨 있는 ‘ᄌᆞᆫ다니’ 무리를 만났다. ‘ᄌᆞᆫ다니’는 ‘잔소리’를 뜻하는 제주어이기도 하지만 ‘두툽상어’ 또는 ‘개상어’라 부르는 물고기다. 상어 종류 중 제일 작으면서 육질은 쫄깃하다. 이보다 조금 더 크고 술꾼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비께’는 ‘수염..

길 이야기 2022.09.05

서귀포시 '하영올레' 2코스(2)

□ 다시 돌아보는 정방폭포 하영올레 안내지도를 보면 정방폭포는 나타나 있지 않고, 정모시 쉼터에서 서복 불로초 공원과 서복 전시관을 거쳐 그냥 소남머리로 이어져 있다. 생각해 보니 서너 해 전에 다녀간 뒤 지금까지 그 시원한 폭포를 못 본 터여서 들를까 말까 하는데, 길 구석에 서 있는 오래된 표석이 원망하듯 눈에 들어온다. 표석엔 한자로 ‘瀛洲十景(영주십경)의 一景(일경) 名勝地(명승지)’라 쓰고 ‘瀑高(폭고) 二八米(이팔미), 瀑幅(폭폭) 二三米(이삼미), 水深(수심) 十七米(십칠미), 面積(면적) 五一○平方米(오일공평방미)’라 새겼다. 폭포 앞은 금요일인데도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인증 샷을 찍느라 야단들이다. 물빛은 변치 않았는데 겨울철이라 아무래도 수량이 적어 보인다. 2008년 8월 8일에 명승 ..

길 이야기 2022.09.03

서귀포시 하영올레 2코스(1)

□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하영올레 2코스는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서귀포중앙초등학교 옆을 지나 태평근린공원에서 정방폭포 물길로 서복 불로초 공원과 서복전시관, 소남머리, 자구리해안, 서귀포항, 서귀진성을 거쳐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거리, 매일올레시장을 돌아오는 6.4km 코스다. 이는 서귀포의 동․남쪽 일대, 즉 서귀포 1청사를 축으로 정방폭포를 돌아오는 코스로 ‘바다와 문화, 사람의 발견’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먼저 출발점인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나와 중앙로타리에서 일주동로 쪽으로 길을 건넌다. 가끔씩 골목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한라산이 너무나 가까워 보인다. 마침 겨울눈을 이고 있어서 어디 알프스나 히말라야로 오르는 길목의 소도시에서 보는 산 같다고나 할까. 그 우람한 모습이 제주시에서 보는 한..

길 이야기 2022.09.01

서귀포시 '하영올레' 1코스(3)

□ 새연교에 올라 이제는 독특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새연교. 이름 그대로 ‘새섬과 연결된 다리’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의 돛과 연결되는 버팀기둥을 세우고 섬에 또 한 기둥을 세워 만든 사장교이다. 사장교(斜張橋)는 교각이 없이 양쪽에 버팀기둥을 세워,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뜨린 케이블로 도리를 지탱하는 구조인데, 주로 물 흐름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에 놓는다. 새연교는 그렇게 특이한 설계로 새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길이 169m, 폭 4∼7m의 다리로, 2009년 9월 28일에 준공했고, 이틀 뒤인 9월 30일에 새섬공원과 함께 공식 개통되었다. 이 다리의 출현으로 새섬을 공원으로 활용하면서 악천후에 쉽게 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

길 이야기 202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