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나무 애인 - 우정연
영하 30도에서 얇은 껍질을 이불삼아
버티는 강원도 원대리 자작나무가 참 궁금해
늘 만나고 싶었는데
초여름 울란바토르에서 그를 만났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자작나무, 자작나무 하면서 그 이름을 부르자
가녀린 껍질이 사르르 눈꺼풀을 떠는데
그 모진 추위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싶은
여린 몸짓으로 살며시 눈인사를 한다
그는 부끄러운 듯
바람결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나는 날리는 눈송이같이 하얗게 나풀거리는 허리를
눈으로 손으로 쓰다듬었다
자작나무와 나의 첫 만남이다.
♧ 별의 마음을 읽다
태를지 언덕 위에 누워 별을 만나보고서야
별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르*마다 등불을 끄고 가로등마저 내린 후
별의 마음을 살며시 당겨보면
총총 뜬 별이 나를 향해 뭐라 하는 소리
들을 수 있었다
별은 서늘한 손짓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고
나는 그윽하게 눈이며 귀 손바닥과 가슴까지
초승달이 뜨는 밤에 살아있는 제물을
바치는 것처럼 내 모두를 맡기고
그의 품에 안겨본다
스스로 닦고 맑히면 저절로 빛나는 거래요
욕심이 뚝 떨어져 나간 어깨가
깃털이 돋는 것처럼 가볍다
별의 마음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총총한 별들이 은하수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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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이동식 주택.
* 월간『우리 詩』2020년 04월 38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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