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혜향' 제15호 특집(집중조명) 김성주의 시

김창집 2020. 12. 26. 00:57

찔레꽃 1

    --외할머니 영전에서

 

어머니의 어머니는

질기고 긴 한숨으로

찔레를 키우셨다.

 

징용서 풀린 지아비

43 나던 무자년에 죽고,

 

아들은 산으로 올라

기축년에 죽고,

 

딸마저 그 해 겨울

눈 위 핏자국으로 갔다.

 

홀몸 가시로 칭칭 묶고

속돌 연자방아 피멍으로 돌리시다

, 터지며

, 피어난 찔레꽃.

 

달리고 싶은 자전거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빠져나간 광장

어둠이 점령군으로 왔다

자전거 하나, 달리고 싶은 꿈을 꾸며 모퉁이에 쓰러져 있다

전지전능하신 하늘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자전거를 타 본다

양 무릎이 피멍으로 물들며

광장을 비틀비틀 한 바퀴나 돈다

멀리 새벽 종소리 들리고 두런두런 살아가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하늘이 황급히 오르고

광장엔

살 부러진 자전거 하나

 

한담리 바닷가에서 범종소리를 듣다

 

가우웅

 

한담리 바닷가

물마루를 건너온 범종소리가 내 귓바퀴에서 부서진다

철썩 사르르

 

안쓰러워, 파문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본다

아무 소리도 없다

아무 빛깔도 없다

무시로 쳐다 본 허공 같다

아니다, 짭짤하고 축축한 눈물이다

임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시절은 가고

첫눈 내리던 날

머리를 깎고, 눈 코 귀를 막으며

산사에 들어온 지 20

임을 부르며 범종을 친다

 

가우웅

 

상처를 안고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어루만지며

부르튼 천수千手로 물마루 짚고 넘어

철석 사르르

무성無聲 무색無色이 되어 찾아온 임의 노래

짭짤하고 축축한 그, 눈물 속에서

범종이 운다

 

가우웅

 

진창 취해서 세상 보기 - 김성주

 

이 도시를 설계한 하늘의 눈이

도면圖面 위 경계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하루를 지우는 어스름

길들은 술상에 오른 낙지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언제 한번

뜻대로 된 적 있었던가

 

진창 취하고 싶다

하늘이 바다를

바다가 하늘을

마신다

지운다

 

술도 안주도 바닥났다

모처럼 훌훌 벗어던진 몸뚱어리

막힘이 없다

 

애당초

시방삼세란 없었나 보다

 

우리 어멍 어떵 ᄌᆞᆫ뎐 살아신고

 

거령성 두령청ᄒᆞᆫ 아방광

뚜럼펀펀 핀두렁ᄒᆞᆫ 아덜광

ᄒᆞᆫ 시상 살당 간

우리 어멍 어떵 ᄌᆞᆫ뎐 살아신고

 

ᄉᆞ나이노렌

저슬엔 ᄃᆞᆺᄃᆞᆺ한 자리

름엔 산도록ᄒᆞᆫ 자리

ᄆᆞᆫ ᄎᆞ지ᄒᆞ여불문

써넝ᄒᆞᆫ 자리

숨ᄀᆞ쁜 자린

우리 어멍 ᄎᆞ지

 

눈광 입도 틀린ᄀᆞ라

비지근, 코시롱, ᄃᆞᆯ코롬,

멘도롱, 햇도록, 번질벤질ᄒᆞᆫ 것덜은 밀려

ᄍᆞᆫᄍᆞᆫ, 쓴쓴, 시쿠룽ᄒᆞᆫ 것덜만 ᄌᆞᆸ아댕기던

 

우리 어멍 어떵 ᄌᆞᆫ뎐 살아신고

 

웨하르방 식게 먹으레 가젠 ᄒᆞ난

두령청이 아방이 사준

연분홍 나이롱치메 때문인가?

 

 

                                                    *2020 하반기 혜향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