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김섬 시 '손들어 봅서' 외 1편

김창집 2021. 3. 29. 10:37

손들어 봅서 김섬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신디서 웽겨온다는 거

몰르는 사름 손들어 봅서

 

집 에염에 호랑이 사자 코끼리ᄀᆞᇀ은 맹수덜 ᄒᆞᆫ 500ᄆᆞ리

풀어놓앙 귀경ᄒᆞ고정ᄒᆞᆫ 사름 손들어 봅서

 

으남 ᄀᆞ득 찬 눈 덮어진 중산간더레 끗어온

아프리카 맹수덜 땅설고 물설고

부모 기립곡 성제 기리왕 맨날 울멍

벵들어가는 거 보고졍 ᄒᆞ는 사름 손들어 봅서

 

17만평 곶자왈* 선흘**에 터 잡안 잘 사는 하간 생명덜

멩수덜 울음소리에 주눅 들엉 ᄃᆞᆯᄃᆞᆯ 털멍 죽어가는 거

보고졍ᄒᆞᆫ 사름 손들어 봅서

 

세계자연문화유산’, ‘생태습지ᄆᆞ을로 지정ᄒᆞ여 놓은 건

생명덜을 ᄉᆞᆯ리켄 ᄒᆞᆫ 말인지 죽영 읏이데기켄 ᄒᆞ는 말인지

아는 사름 손들어 봅서 손 번쩍 들어 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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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말.

**선흘 :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세계자연유산인 거믄오름과 람사르 습지로 보호하고 있는 동백동산’, 43 유적지 도틀굴이 있다.

 

비자림로* 동백할망**의 통곡

 

말라

피 찰찰 흘렴시녜 제발 말라

 

숙데낭 베멍 소낭 베곡 ᄀᆞ시락낭 베멍 도꼬리낭 베곡

예덕낭 종낭 후박낭 식낭 폭낭 머귀낭

보리밥낭 산뽕낭 중이똥낭 굴무기낭

무자년 궂인 세월추룩 이레착 저레착 걸쳐졋구나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맹꽁이 비바리뱀

낭강알에서 ᄃᆞᆨᄃᆞᆨ 털고 긴꼬리딱새 팔색조 두견이

해오라기 배새매 황조롱이 솔부엉이 원앙이

새끼 품엉 앚앙 애 그차지게 웨울르고

 

키미낭 테라낭 순애낭 그린낭 아해앙

성필낭 일석낭 기철낭 동효낭 한방울낭

금쪽 ᄀᆞᇀ은 내 새끼덜이 전기톱날 위에 엎더졋구나

 

나 ᄄᆞᆯ아 나 아덜아 이 노릇을 어떵ᄒᆞ리

수천 년 붉은 눈물로 나가 지고 말 걸

이노릇을 어떵ᄒᆞ리 나가 지고 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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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 2공항을 위한 4차선 도로확장공사로 삼나무가 잘려나가고 그 아래 식생 하는 많은 나무들과 희귀 동식물들의 삶터가 무너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벌목이 시작된 비자림로에는 벌목을 막겠다고 전기톱날 위에 겹겹이 엎어진 지킴이들이 있었다.

**동백할망 : 비자림로 벌목현장에 피어 있던 백년 수령의 동백나무.

 

                                  *김섬 시집 ᄒᆞᆫ디 지킬락(도서출판 각 시선 045,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