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김섬 시 '지와븐 성산' 외 3편

김창집 2021. 4. 14. 11:16

지와븐 성산/ 지워버린 성산(城山)

 

 

바당이 키왓주/ 바다가 키웠지

 

ᄇᆞ름 ᄀᆞᇀ은 아이덜/ 바람 같은 아이들

 

ᄆᆞᆫ 어드레 가불어신고/ 다 어디로 가버렸나

 

엿말/ 옛날 이야기

 

그 전에 알카름 살아난 상군 ᄒᆞ나/ 그 옛날 아랫동네 살았던 상군 하나

사태 피해보젠 대마도ᄁᆞ지 물질ᄒᆞ레 가신디/ 사태 피하려고 대마도가지 물질하러 갔는데

거기서 일본 서방 만난 물질ᄒᆞ멍 사는디/ 기기서 일본인 남편 만나 물질하며 사는데

서방이 ᄂᆞᆺ 반반ᄒᆞᆫ 각시를 의심ᄒᆞ영/ 남편이 얼굴 반반한 각시를 의심해서

느량 매질을 ᄒᆞ엿덴/ 허구한 날 매질을 하엿다네

낭중에 밑에를 불로 다 지젼/ 나중에는 밑에를 불로 다 지져

거기 구데기가 꿰단 죽엇댄 ᄒᆞ는디/ 거기 구더기가 들끓다 죽었다는데

시신이라도 고향에 묻어달렌 그추룩 빌어도/ 시신이라도 고향에 묻어달라고 그렇게 빌어도

보내주지 안ᄒᆞ연 오지 못헨/ 보내주지 않아서 오지 못해

구데기 꿰는 몸댕이 근야 불에 ᄉᆞᆯ롼/ 구더기 들끓는 몸뚱이 그대로 불태워

바당에 뿌렷덴/ 바다에 뿌렸다네

허이구 바당엔 설룸도 하주/ 헝구 바다엔 설움도 많지

 

밖거리 아지/ 바깥채 아지

 

곤밥 먹은 소리 ᄒᆞ는/ 쌀밥 먹은 말 하는

곱들락ᄒᆞᆫ 서울 아가씨 아지/ 고운 서울 아가씨 아지

해녀가 되고 싶어 제주 왔어요.”/ “해녀가 되고 싶어 제주 왔어요.”

빙섹이 웃으멍 ᄀᆞᆯ암주마는/ 빙긋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어촌계 가입해도 해녀 안 시켜준대요.”/ “어촌계 가입해도 해녀 안 시켜준대요.”

ᄉᆞ뭇 섭섭ᄒᆞ연 애ᄌᆞᆽ암주마는/ 사뭇 섭섭하여 애태우고 있지만

칠성판 지어사 ᄒᆞᆯ 수 이신 일이렌 ᄀᆞᆯ아, 말아?/ 칠성판 져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말아?

에라, 대 그차지는 해녀 느라도 ᄒᆞ여지건 ᄒᆞ여보렌 ᄀᆞᆯ아, 말아?/ 에라 대 끊기는 해녀 너라도 해지거든 해보라고 말해 말아?

 

웅이/ 웅이

 

새비꼿 보레 가당 보문 대문 열엉 나오멍/ 찔레꽃 보러 가노라면 대문 열고 나오며

새비꽃 ᄀᆞᇀ이 벵삭 웃어난 웅이가/ 찔레꽃 같이 벵삭 웃던 웅이가

 

고향 살리젠 모다든 사름덜신디/ 고향 살리려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밥벌이 공무 집행ᄒᆞ멍 ᄂᆞᆺ 못 들어난 그 웅이가/ 밥벌이 공무집행하며 얼굴 못 들던 웅이가

 

나를 고발ᄒᆞ엿수다/ 나를 고발했다

도청 마당에 들어강 곡소리 내멍 ᄒᆞᆫ 바퀴 돌앗덴/ 도청 마당에 들어가 곡소리 내며 한 바퀴 돌았다고

나를 고발 ᄒᆞ엿수다/ 나를 고발했다

 

선배님 오십디가/ 선배님 오십디가

차라도 ᄒᆞᆫ 잔 내줄 것 ᄀᆞᇀ은 우리 동네/ 차라도 한 잔 내줄 것 같은 우리 동네

우리 학교 후배 웅이가/ 우리 학교 후배 웅이가

제주도민이 제주도청에 들어갓덴 고발ᄒᆞ여수다/ 제주도민이 제주도청에 들어갔다고 고발했다

민원인덜이 불편ᄒᆞ카부덴 고발ᄒᆞ엿덴 ᄀᆞᆯ암수다/ 민원인들이 불편해 할까봐 고발한다고 했다

 

목숨 ᄀᆞᇀ은 숨골 목숨 ᄀᆞᇀ은 바당 목숨 ᄀᆞᇀ은 오름 지키젠ᄒᆞ는/ 목숨 같은 숨골 목숨 같은 바다 목숨 같은 오름 지키려는

애 그차지는 민원을 민원이 아니렌 잡아가두켄/ 애끓은 민원을 민원이 아니라고 잡아가두겠다고

고발ᄒᆞ엿수다 ᄒᆞᆫ 동네 누이를/ 고발했다 한 동네 누이를

 

 

                             * 김섬 시집 ᄒᆞᆫ디 지킬락(도서출판 각 시선 045,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