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최기종 시 '갓바위' 외 1편

김창집 2021. 4. 13. 11:04

갓바위 - 최기종

 

  목포시 성자동 바닷가에 가면 기묘한 모양의 바우가 있어, 그걸 갓바위라고 허는디 오랜 세월 바닷물에 깎이고 패어서 마치 갓을 쓰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야.

 

  옛날에 효성이 지극한 총각이 있었는디 병든 아비의 약값을 벌려고 머슴살이 나갔다가 아비가 죽어서 지 어리석음에 머리를 찍었지. 그려도 바닷가 양지바른 언덕에 안장허려고 관을 메고 가다가 그만 벼랑이 빠뜨리고 말았지. 아들은 내처 내려갔으나 관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렸어. 아들은 통곡허면서 불효자는 하늘을 볼 수 없다며 곡기를 끊고 거그서 죽었어. 훗날 바우가 둘 솟아났어.

 

  그 바우를 달리 중바우라고도 혀. 거기에는 또 다른 전설이 있어. 그런디 그게 스님상이라도 좋고 아비아들상이라도 좋고 응회암의 해식작용이라도 좋아. 다만 석양이 물들면 산과 바다가 어찌나 고운지 몰라. 입암반조(笠巖返照)라고 혔지. 목포에는 갓바우가 있어서 사람들이 끈끈허게 살아가지. 끈끈허게 다가들 오지.

 

큰바다거북이 은혜하다 - 최기종

 

  그 날, 그런 대물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것도 백 살이 넘는다는 가마솥만한 것이 용주네 큰 마당에 넙죽 엎드려 있었다. 전갱이, 조고 떼 쫓아왔을까. 파래, , 통통마디 찾아 왔을까. 7월의 땡볕 더위가 내리쬐는 날이었다. 사나흘 방치되었는지 미동도 없다. 머리를 숙이고 날개를 늘어뜨리고 등갑에 붙은 조개껍데기만 반짝거렸다.

 

  용주 아비가 등껍질 가마니로 덮어주고 물을 부어 적셔주었다. 용주 어미가 함지에 막걸리를 부어서는 치성으로 바친다. 그러니까 기력 하나 없던 것이 눈을 뜨고는 벌컥벌컥 들이켠다. 동리 사람들이 박수 치며 좋아한다. 한껏 숨이 차는지 푹푹 콧소리를 내면서 주위를 살핀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영물이다.

 

  당골네가 방울 소리 요란허게 들어서며 쉬이 물럿거라 쉬이 물럿거라부정 탄다고 사람들을 뒤로 쫗는다. 당골네는 그 것이 서해용왕의 부인 용태마마라고 했다. 파도를 다스리는 용신님이라고 했다. 서해바다 둥둥 큰북이 되어서 나들이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 두렁허리 타는 오시(午時)에 용왕님 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소달구지가 들어오고 그것, 달구지에 실려 바닷길에 나섰다. 동리 사람들도 뒤따라 배행의 길에 나선다.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를 지나서 앞개에 닿았다. 돼지머리, 유과, , 사과, 배등 제물이 차려지고 당골네가 굿판을 벌린다. 용왕님께 비나이다 용태 부인 용신님께 비나이다 동리 사람들도 허리 구부리고 비나이다 용신님께 비나이다.

 

  정오 정시에 방류되었다. 삼촌들이 구루마를 뒤로 부려 갯물에 내렸다. 죽은 체하던 그게 물 만난 고기처럼 머리 들고 신나게 파도를 탄다. 고개를 길게 빼고는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짙푸른 바다로 돌아간다. 동리 사람들 어이 가라고 손짓한다. 그런데 그게 참말로 영물이었다. 저만큼 가다가 은혜한다고 뒤돌아보니

 

 용주가 가만히 무언가 건넨다.

 조개껍데기다. 그것의 등갑에서 따낸

 

 

                                 *최기종 시집 목포, 에말이요(푸른 사상,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