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우즈베키스탄에서 본 마로니에

김창집 2023. 4. 29. 00:08

 

 여행 중, 많이 보았던 마로니에 꽃

 

 

  마로니에는 나도밤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으로 잎은 마주나고 손꼴 겹잎을 이루며 56 1개의 꽃대에 100300개의 꽃이 핀다. 열매는 공 모양이며 겉에 가시가 있다. 유럽 남부 지중해 지역이 원산으로 세계 4대 가로수 중의 하나이고, 가로수와 정원수로 세계 각지에서 심는다.

 

  잎이 7개로 되어 있어 흔히 칠엽수로 부르나 같은 칠엽수 속에 속하는 일본 칠엽수와 유럽의 마로니에는 서로 달라 구별을 한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들은 유럽에서 흔히 마로니에라 부르는 나무와는 다른 종이다. 이는 경성제대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일본 칠엽수이고, 조사 결과 진짜 유럽의 마로니에는 3그루 정도라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을 통해 오고 갔는데, 타슈켄트에서 시기가 맞아 갈 때는 구도심 이맘 사원에서, 올 때는 아무르 티무르 광장과 이어지는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꽃을 볼 수 있었다.

 

 

 

봄비 내리는 저녁 - 박인걸

 

 

조용히 봄비가 내립니다.

어둠이 빗방울에 섞여 내립니다.

아파트 공원 가로등이 불을 밝히면

빗소리는 내 가슴에 옛 그리움을 안겨줍니다.

마로니에 나무아래 앉아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작은 우산에 얼굴을 묻은 채

우리는 정다운 이야기로 밤을 보냈습니다.

덧없는 세월은 빗물처럼 흘러

주름살 깊은 우리를 낯선 지대에 세우고

지나간 파랗던 시절을 그리워할 뿐

돌아갈 수 없는 길목에서 서러워합니다.

하지만 지금 와 뒤돌아보면

우리들의 사랑은 별빛보다 더 아름다웠고

이별 없이 마주보며 살아 왔으니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습니다.

저녁 아홉시를 넘어가는데

아직도 봄비는 창문을 두드리며 내립니다.

이 저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군가도 온갖 상념에 젖고 있겠지요.

 

 

 

건망증 - 송연우

 

 

출입문을 잠그고 나서

뒷문도 잠갔는지 확인하러

다시 들어가시는 어머니

그 때 치렁치렁 검은 머리이던 내가

 

이제 쥐정신이다

가스 불에 찻물을 올려놓고

창 바깥

마로니에 잎들의 잔잔한 춤에 홀려

 

탄 내가 솔솔, 칙칙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안절부절못하는

주전자 속 옥수수처럼

내 생각도 재가 된지 오랜 모양이다

 

그 날 종일 나뭇잎도 안타까웠는지

일렁일렁 쉴 새 없이

주름살을 지었다가 폈다가

내 안에 타버린 냄새 지우려

바람을 일으켰다 재웠다가

 

 

 

마로니에에서 - 김형효

 

 

  한 잔 받게나 이 잔 가득 우리네 시름담아 단숨에 털어 마시고 새 잔 가득 우리네 꿈도 사랑도 실어 보세나 비록, 세상 살아 가는 길 힘겹더라도 힘 잃지 말고 함께 가세나 기운차게 저 꺾인 길모퉁이 지나 우리네 보금자리 있지 않던가 자 잔을 들고 왁자하게 웃어 보세나 하하……,

 

 

 

비가 오면 - 최상고

 

 

젖을수록 하늘로 향하는

마로니에 잎을 보며

나는 바람처럼 떨었다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위대한 힘을 느끼며 무릎을 꿇어야 했다

 

비가 오는 날은

엄청난 비밀들이 깨어지고

둑이 무너지고

풀뿌리 뽑혀 나가고

모든 기억의 자리는

바뀌어 간다

 

무너짐은 하나의 순리로

파괴는 새로움을 창조하며

질서를 만드는 빗줄기

나무들은 일어서고

들꽃은 꽃을 피운다

 

약속한 것들은

무너짐과 파괴의 질서를 만들며

물의 힘으로 다가온다

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마로니에 잎으로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