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석잠草石蠶 - 신후식
흔찮아 귀하던가
봄여름 가을살이
나날이 가꾼 꿈이
지우地友 품 멋지더니
전서구傳書鳩
타고 온 소식
맛깔스런 산우가山友家
♧ 곰솔을 바라보며 - 우아지
지나던 한 남자가 목 빼고 바라본다
태종대 벼랑 끝에 버티고 선 굽은 곰솔
쉬운 길 다 마다하고
너는 그곳 편안하냐
추락의 아찔한 틈 윤슬 위로 퍼 올리며
짧은 생각 굳게 닫고 간이의자에 앉는다
편하게 가려고 한 생生
누추해 옷깃 여민다
♧ 수리산역 인근에서 – 전현아
철쭉꽃 필 무렵에 수리산역 가보아라
여기 저기 사방에서 활활 타는 불꽃들
이 땅의 피 끓은 청춘
사랑으로 타나보다
비탈진 언덕 위에 떼 지어 핀 꽃잎들
꽃잎이 피어나듯 사랑도 피어나고
헌화가 사랑노래도
가슴 안에 퍼져간다
옛 사랑 그리우면 4호선 전철 타고
수리산역 내려서 산책길 걷다 보면
이별의 아픔보다는
새 사랑이 피어나리
♧ 옥수수 - 최미용
수라상에 오르는 것 엄두조차 못냈어도
굶는 백성 춘궁기를 무등 태워 넘겨주신
아랑도 하 넒으셔라 은머리칼 할아버지
정원수도 가로수도 못돼 한 철 살다 베어져도
애기업고 자장자장 초록바람 흔드시며
옛 얘기 풀어놓으시는 알근달근 할머니
제 살점 뭉턱뭉턱 뜯겨져도 좋아라
배불리 먹고 곤히 잠든 오들보들 자식들 보며
고운 니[齒] 가지런히 내놓고 웃고 계신 어머니
♧ 산불의 상처를 보듬자 – 이영철
잔불이 살아나니 시설물 위태롭고
큰불이 이사 하면 수목이 좋다 할까?
후회는 놀고서 먹는 베짱이의 복수다
한숨만 쉬는 것은 체념의 감정이요
비난의 모순 앞에 명담이 생겨날까?
자연은 빌려 쓰는 곳 고마운 줄 몰랐다
홍수는 물이 되고 화재는 불이 된다
태풍은 공기이며 부락민 삶의 터전
시련은 기회도 있다 극복하고 살피자
*『산림문학』 2023년 여름호(통권 5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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