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산림문학' 2023년 여름호의 시조(2)

김창집 2023. 6. 29. 01:06

 

 

초석잠草石蠶 - 신후식

 

 

흔찮아 귀하던가

봄여름 가을살이

 

나날이 가꾼 꿈이

지우地友 품 멋지더니

 

전서구傳書鳩

타고 온 소식

맛깔스런 산우가山友家

 

 

 

 

곰솔을 바라보며 - 우아지

 

 

지나던 한 남자가 목 빼고 바라본다

태종대 벼랑 끝에 버티고 선 굽은 곰솔

쉬운 길 다 마다하고

너는 그곳 편안하냐

 

추락의 아찔한 틈 윤슬 위로 퍼 올리며

짧은 생각 굳게 닫고 간이의자에 앉는다

편하게 가려고 한 생

누추해 옷깃 여민다

 

 

 

 

수리산역 인근에서 전현아

 

 

철쭉꽃 필 무렵에 수리산역 가보아라

여기 저기 사방에서 활활 타는 불꽃들

이 땅의 피 끓은 청춘

사랑으로 타나보다

 

비탈진 언덕 위에 떼 지어 핀 꽃잎들

꽃잎이 피어나듯 사랑도 피어나고

헌화가 사랑노래도

가슴 안에 퍼져간다

 

옛 사랑 그리우면 4호선 전철 타고

수리산역 내려서 산책길 걷다 보면

이별의 아픔보다는

새 사랑이 피어나리

 

 

 

 

옥수수 - 최미용

 

 

수라상에 오르는 것 엄두조차 못냈어도

굶는 백성 춘궁기를 무등 태워 넘겨주신

아랑도 하 넒으셔라 은머리칼 할아버지

 

정원수도 가로수도 못돼 한 철 살다 베어져도

애기업고 자장자장 초록바람 흔드시며

옛 얘기 풀어놓으시는 알근달근 할머니

 

제 살점 뭉턱뭉턱 뜯겨져도 좋아라

배불리 먹고 곤히 잠든 오들보들 자식들 보며

고운 니[] 가지런히 내놓고 웃고 계신 어머니

 

 

 

 

산불의 상처를 보듬자 이영철

 

 

잔불이 살아나니 시설물 위태롭고

큰불이 이사 하면 수목이 좋다 할까?

후회는 놀고서 먹는 베짱이의 복수다

 

한숨만 쉬는 것은 체념의 감정이요

비난의 모순 앞에 명담이 생겨날까?

자연은 빌려 쓰는 곳 고마운 줄 몰랐다

 

홍수는 물이 되고 화재는 불이 된다

태풍은 공기이며 부락민 삶의 터전

시련은 기회도 있다 극복하고 살피자

 

 

                 *산림문학2023년 여름호(통권 5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