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들판에서 - 정순영
꽁꽁 얼어서 갈라지는
고난에서 얻은 생명의 이파리가
연두 물결 봄 윤슬로 반짝거리네
산과 들
잔설 녹이는 바람결에
복수초가 데리고 오는 냉이랑 달래랑
종달새 노래 신바람 나도 좋소
하늘빛 찬란한 봄날
가난한 믿음에 화관을 씌워주시거든
새 생명 나부끼는 싱그러운 봄 들판에서
나투시는 주님을 보리라
♧ 눈물이 짠 이유 – 김세형
눈물이 짜지 않으면
사랑이 무척,
싱겁기 때문이다.
♧ 이밥 – 나영애
보릿고개 그 마지막에
서숙 밥 한 그릇도 과분한데
하얀 이밥을 주겠답니다
보기만 하여도
냄새만 맡아도
설레는 마음
터질 듯 벅차서
눈물 보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토닥토닥 진정하지 않으면
심장이 쿵! 쾅! 쓰러질 것 같습니다.
하얀 이밥 같은 그대여
♧ 밥은 먹었니? - 여연
“밥 먹었니?‘보다 훨씬 더
쫀득하고 푸근한 말
나를 향한 걱정 다 짊어진 듯
나의 모든 것을 꿰뚫은 듯
살 떨리게 애잔하고 간절한 말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깊은 호수처럼
푸르고 청량한 말
눈 폭풍 거센 벌판에 서서
차디차게 얼어 굳은 바위도
왠지 붉은 피 돌 것 같은
♧ 부모 - 김정원
큰비 온 날 강이 말했다
- 흙탕물과 쓰레기와 고통을 흘려보내서 죄송해요.
바다가 다독여 주었다
-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강이지만, 나는 바다야. 다 받아.
*월간 『우리詩』 6월호(통권 42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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