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4)

김창집 2023. 6. 30. 08:29

 

봄 들판에서 - 정순영

 

 

꽁꽁 얼어서 갈라지는

고난에서 얻은 생명의 이파리가

연두 물결 봄 윤슬로 반짝거리네

 

산과 들

잔설 녹이는 바람결에

복수초가 데리고 오는 냉이랑 달래랑

종달새 노래 신바람 나도 좋소

 

하늘빛 찬란한 봄날

가난한 믿음에 화관을 씌워주시거든

새 생명 나부끼는 싱그러운 봄 들판에서

나투시는 주님을 보리라

 

 

 

눈물이 짠 이유 김세형

 

 

눈물이 짜지 않으면

 

사랑이 무척,

 

싱겁기 때문이다.

 

 

 

 

이밥 나영애

 

 

보릿고개 그 마지막에

서숙 밥 한 그릇도 과분한데

하얀 이밥을 주겠답니다

보기만 하여도

냄새만 맡아도

설레는 마음

터질 듯 벅차서

눈물 보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토닥토닥 진정하지 않으면

심장이 쿵! ! 쓰러질 것 같습니다.

하얀 이밥 같은 그대여

 

 

 

 

밥은 먹었니? - 여연

 

 

밥 먹었니?‘보다 훨씬 더

쫀득하고 푸근한 말

나를 향한 걱정 다 짊어진 듯

나의 모든 것을 꿰뚫은 듯

살 떨리게 애잔하고 간절한 말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깊은 호수처럼

푸르고 청량한 말

눈 폭풍 거센 벌판에 서서

차디차게 얼어 굳은 바위도

왠지 붉은 피 돌 것 같은

 

 

 

 

부모 - 김정원

 

 

 

  큰비 온 날 강이 말했다

 

- 흙탕물과 쓰레기와 고통을 흘려보내서 죄송해요.

 

  바다가 다독여 주었다

 

-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강이지만, 나는 바다야. 다 받아.

 

 

 

                      *월간 우리6월호(통권 4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