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제주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를 쓴
오승철 시조시인이 선정됐다.
오 시인은
전통적 서정과 순수 서정의 시 세계를
미학적으로 구축함과 동시에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민중적 시각에서 노래해
우리 전통 시조의 현재와 미래를
창조적으로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제주일보
* 수상 축하합니다.
♧ 멀구슬나무 2
-등신 같지?
오곡백과 다 걷힌 뒤 여물어
-등신 같지?
직박구리 한 입 만큼씩 여물어
한겨울 노오란 공양 받으시라 기꺼이
♧ 꿩꿩 푸드덕
술 끊고
담배 끊고
사람마저 끊어놓고
산 보고 바달 봐도 깨닫지를 못하겠다
절 같은 섬에 와서도
시끄러워 못 살겠다
♧ 으아리꽃
푸르다 못해
한 풀 살짝 꺾인 들녘
이 때다 이 때다 싶어
숨죽이던 것들이
일시에 벌촛길 따라
떠도는
저 말잠자리 떼
♧ 제주골무꽃
떴다!
포롱포롱, 범이라 꽃들이 떴다
잠시 방심한 사이
오종종 내민 숟갈
춘궁기 꽃자리마다
떼거지
그리움 떴다
♧ 바람꽃
싸락싸락 싸락눈 겨울 가뭄 그 끝에
너도바람꽃이냐
나도바람꽃이냐
섬 하나 둘러앉히고
물 위에 핀
집어등
♧ 가파도 1
바다가 자벌레 떼로 하얗게 우는 저녁
잎사귄가,
모슬포 앞바다에 툭 떨군 섬
백팔배 올리고 나도
다공질로 떠돈다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 세우고』 (황금알, 20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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