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문영종 시집 '물의 법문'의 시(2)

김창집 2023. 6. 6. 01:04

 

 

바다 비

 

 

살 꿈틀거리며 꾸는 꿈에

다한 빛 닿아

물갈음한 바다 속 훤히 트여

발바닥까지 스미는 물소리

맥 집는 손 달아올라

이끌리는 물 속 한 바퀴 휘저어

물 젖은 옷 갈아입고

몰래 꿈꾸는 하늘로

도주하리라

몇 척의 구름이

발 동동 구르는 하늘

돌아

기억이 묽어지면

바다에만 오는 바다 비

 

 

 

 

바다를 꿈꾸며

 

 

바다를 두고 눈감으면

의식의 끝까지 물기운이 차올라

물결을 꾸꾸는 구름노래

구름을 꿈꾸는 물결노래

가슴 귀에 가득 출렁이고

푸른 핏줄기가 일어서도록

물길을 밟으면서

바람을 만나면 바람꿈

별빛을 만나면 별빛꿈

둥그런 수평선 안 中心에서만 논다

눈감고 바다를 보면

세상 온갖 것들이 보이지 않아

트인 귓속으로 바닷소리가 기어들고

트인 가슴엔 無心한 바다로 가득해

無心한 바다꿈만 꾼다

 

 

 

 

밤바다에서

 

 

극광처럼 은밀하게

어두움은 눈 떠

날개를 편다 바다는

끝 간 데 없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물소리

하늘 기둥 붙잡고

바다 뿌리까지 흔든다

無明 속 티끌 같은 불씨

팔만 물결 재우고 있다

 

 

 

 

그리움

 

 

외항선 타고 인도양도 건넜다

늘 수평선에 갇혀

바람결에

눈부신 빛살에

눈 뜬 이마 출렁이고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

푸른 하늘 한 자락

물너울지네

 

 

 

 

해파리를 위하여

 

 

둥둥 떠 바다에

온 몸 풀어 물결에

온 바다 떠돌아다니며

거센 물결에 부딪혀 바스러지며

바닷살과 같아지며

물빛에 취해 온 몸

상처도 아픔도

물이 되는 사랑

 

 

                             * 문영종 시집 물의 법문(도서출판 각, 201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