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353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어두움을 거둬내고 저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은 날이 많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 한 해 우리를 옭아매었던 코로나19로부터 빨리 벗어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건강이 왜 소중한 것인지 왜 지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왜 세상은 혼자만 살 수 없는지를 깨닫게 하소서. 시간 날 때마다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해를 맞이하며 - 藝香 도지현 새로운 것엔 항상 새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했고 새해엔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묵은 것은 묵은해로 같이 보내고 애물단지 코로나도 묵은해와 함께 싸서 보내 새롭고, 맑고 밝은 해를 맞아 검은 호랑이해의 위상을 새우자 붉은 해가 동해에서 ..

아름다운 세상 2022.01.01

류시화 엮음 '잠언 시집'의 시(9)

♧ 진리에 대하여 - 벨포 경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 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 - 작자 미상(레오 버스카글리아 제공) 내가 당신의 새 차를 몰고 나가 망가뜨린 날을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날 때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해변에 끌고 가 비를 맞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

아름다운 세상 2021.10.17

'산림문학' 2021년 가을호의 시 (1)

♧ 숲에 서서 - 김귀녀 들길을 걷다가 산길을 걷다가 풀잎이 무성한 갈대 숲 속에서 풀잎의 말들을 듣고 싶어 수런대는 소리를 듣고 싶어 무슨 말인지는 그들의 방언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거짓도 비아냥거림도 없는 진솔함 우리가 모르는 작은 이슬도 기억할 것 같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기억할 것 같고 갈대 숲 새들의 지저귐도 나무들의 외침도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숲에 서서 저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삶의 이치를 생각해본다 ♧ 주산지 왕버들 – 嘉松 김기채 호수 위에 산이 있고 산 위에 구름이 외롭다 구름 사이로 월광이 달 그림을 그리며 호수를 먹고 자란 왕버들 30여 그루가 상수지천명을 자랑한다 태고의 아픔을 너는 아는가? 너의 기세가 너무도 당당하구나! 물에 잠긴 왕버들 지저귀는 새소..

아름다운 세상 2021.10.03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7)

♧ 바람만이 알고 있지 -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더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은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 척할 수 있을까. 친구여,..

아름다운 세상 2021.10.02

'산림문학의 만난 문인' 동시영의 시

♧ 황혼과 바이올린 소리 사이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경계 판노니아 평원이 새로운 판을 짠다 산이 나와 길을 내고 길을 막고 산은 언제나 가장 큰 길의 주인 무슨 볼 일 보고 가나? 도나우 강이 황혼과 바이올린 사이로 도시를 빠져나간다 사라지지 않으려 사라지는 하루가 게으른 생각처럼 산허리를 넘는다 누군가 살짝 건드려 놓은 대왕조개처럼 하루가 문을 닫는다 ♧ 길을 낳는 조약돌 산길 걷다 만난 조약돌 하나 선사시대 왕이 쓰던 인장 원시시대 공주가 쓴 사랑 편지 마침표 인주를 묻혀 허공에 찍어본다 허공 백지에 길이 선명하게 찍혔다 길을 더 낳으라고 야생의 길에 풀어주었다 ♧ 산 흐린 날은 구름 타고 하늘 한 번 다녀오고 맑은 날은 사람 등 타고 마을 한 번 다녀온다 산에 살던 산신령들은 사람들이 그들 집에 ..

아름다운 세상 2021.09.26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6)

♧ 마음의 평화 - 제임스 R. 맨첨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를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만났다. 그는 커다란 야자나무 아래서 20억 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해변 너머의 세계를 그는 본 적이 없고 따라서 말세에 대해 고민한 적도 없다. 음식과 물은 풍부하지 않았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날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야 했고 섬 건너편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매일 아침 그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날이 저물 때면 그는 일에 대한 만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의 중얼거림 새들의 노랫소리와 멀리서 이따금 들려오는 천둥소리 그것이 그에게는 음악이었다. 그에게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없었다. 최고의 화가가 그의 섬 주위에 매순간 만들어 놓..

아름다운 세상 2021.09.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추석을

넉넉잡아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아직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듯이 큰소리치던 인간들은 여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모든 게 정체된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습니다.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때를 만나 이전투구를 하며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 골몰하고, 옆에서 떼거지로 대적하며, 제대로 된 계획서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지도 않고 상대의 의견이라면 모두 짓뭉개 자신이 가장 적격자임을 자처하면서 용빼는 재주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낼 듯이 선전합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

아름다운 세상 2021.09.21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5)

♧ 인디언 기도문 - 노란 종달새(수우족)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

아름다운 세상 2021.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