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를 내리다 유리 액자에 표구된 시詩가 발칵 뒤집혔다 뾰족한 모서리에 금이 가고 말았다 뾰족한 한 마디에 금이 가고 말았다 수소문 끝에 재활용 마대 봉투를 구했다 수소문 끝에 재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잘게 깨서 넣으려고 신문지 덮고 밟았지만 잘게 깨서 쓴 구절들 저장하고 덮었지만 생각만큼 호락호락 조각나지 않았다 생각만큼 호락호락 써지질 않았다 시詩에 손자국이라도 묻을까 막아주던 유리 시詩에 눈길이라도 주라고 보냈던 첫 시집 가까스로 손 베이지 않을 만큼 깨뜨려서 가까스로 눈 아프지 않을 만큼 바탕체로 써서 조각들 수습하고 마대 봉투에 쑤셔 넣었다 시어들 수습하고 출판사로 쓱 보냈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닌 듯 잊어버리고 살 일이다 ♧ 동전 살면서 옴짝달싹 못 해 멈춰선 적 몇 번일까? 지폐에 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