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책방 - 김연미 당신은 잠에서 깬 아이처럼 작아져요 밑줄 친 어느 날이 골목을 돌아가면 맨 끝에 진열된 여름 아삭아삭 읽어요 부재중인 사랑보다 달콤한 게 있을까요 받침 없는 의자가 반짝이는 간판 내가 쓴 눈물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죠 바람의 활자들이 편지처럼 자라는 책방 초록빛 그늘 자락 꽂혀진 정오쯤에 오래 전 당신이 썼던 나를 두고 갈까 봐요 ♧ 백년의 유품 - 김일연 피멍 든 손가락으로 고통을 다스리셨다 서대문 형무소의 고문실 복도에 핀 유관순 화병받침은 한 송이 들꽃이었다 자유의 나라에서 푸르게 살아가거라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어 슬픈* 한국의 하늘을 닦아 받쳐 들고 계셨다 --- *유관순 열사의 유언. ♧ 달 - 두마리아 일 년 내내 오픈런 개런티는 받았니 명목은 주연배우 배역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