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353

류시화 엮음 '잠언 시집'의 시 (3)

♧ 잠시 후면 - 베로니카 A. 쇼프스톨 잠시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너는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너는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내일의 토대 위에 집을 짓기엔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너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햇빛조차도 너무 많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

아름다운 세상 2021.09.02

류시화 엮음 잠언 시집의 시 (2)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탄탄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초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

아름다운 세상 2021.08.26

권경업의 '지리산 취밭목' 시편

♧ 취밭목엘 가자 - 권경업 팔월, 뜨거운 날에도 시린 가슴 있다면 치밭목엘 가자 잎샘 꽃샘 일던 언덕 소중히 묻어 둔 그리움의 씨앗들 신밭골 능금알 반짝이듯 여물었을 거다 어쩌다 잃어버린 것들은 과수원 탱자 울가 아무렇게나 구를 몇 알의 낙과落果로 줍고 대竹 평상 머리 뻑뻑한 농주 두어 사발 쑥밭재 위 긴 여름 해, 한 뼘이나 더 남았을 낮술에 취하면 애타게 누군가가 보고 싶어지리라 그럴 땐 종일을 울고도 모자라는 새재마루 조릿대를 따라 실컷 울어보자 제 쫓던 반달곰에 채여 골골대던 밀렵꾼 이 아무개 지난겨울 못 넘겼다는 소문 풍편風便에 돌아 올가미 벼락틀 사라진 쑥밭재 길 식구 늘인 멧돼지 설여문 도토리 먹이려 돌아온다 우리의 깃발인 신갈 숲 흔들며 고된 다리품 뜨거운 땀방울로 푸르름 꿈꾸던 곳 낡고..

아름다운 세상 2021.08.23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 (1)

♧ 한 번에 한 사람 - 마더 데레사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아무리 ..

아름다운 세상 2021.08.20

김항신 시 '종이컵' 외 4편

♧ 종이컵 1. 나는 모든 걸 수용한답니다 쓰거나 달달하거나 꼬습은 것까지도 때로는 아주 뜨겁지만 차가운 것도 좋아해요 밍밍해도 괜찮고요 결국은 다 비워 낼 테니까요 그런 나를 그대는 안아줘요 두 손 살포시 감싸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신 입 안에 넣어 내 맛을 음미해요 쓰디쓴 아픔이거나 아님 슬픔이거나 사랑이거나 그럴 때 나는 아낌없이 당신께 드려요 그런데 때로는 슬프기도 해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짧아 허무하답니다 좋아할 때는 쓴물 단물 다 빨아먹다 신물이 나면 헐겁기도 전에 아직 쓸 만한데 그렇게 버리는 게 아파요 어떻게 해야 우리 서로 다독다독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인기도 좋은데 말입니다 호텔에서 행사장에서 초대받아 간택되기도 하니까요 한없이 친근한 벗으로 다가왔던 존재의 이유 석양 햇살..

아름다운 세상 2021.07.28

김종호 시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외 4편

♧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바람 소소한 날 종일 풀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 조금은 특별하지 않은 노래이니 하루가 저무는 동안에 때로는 미워서 떨릴 때에 종일 바다 위에 갈매기의 노래이다가 날 저물어 고요한 항구로 돌아와 물처럼 물로 흐르리니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눈부신 미소 때문이 아니요, 슬픈 눈빛 때문은 더욱 아니기를 어느 날에나 그대의 등 뒤에 벽지의 꽃무늬처럼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가고 내 사는 이유가 따로 없어 물처럼 물로 흘러서 나의 전부로 부르는 노래이기를…… 오늘도 저문 하늘가에 개밥바라기 노을에 타는 것은 어느 날엔가 더 이상 그대를 사랑할 수 없을 때를 위하여 묽은 하늘에 새벽별 잠 못 드는 기도이기를…… 나 없이,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물처럼 물로 흐르기를……..

아름다운 세상 2021.07.10

김윤숙 시조 '추자도' 외 5편

♧ 추자도 여름 끝 추자도는 입 안 가득 단내 고였다 누군가 내려놓은 배낭 속 오랜 기억처럼 한 번 더 발 내디뎌야 할 곡진함이 절로 일 듯 해안 길도, 산길도 물살에 묻혔다 여는 큰 여 앞 건너뛰는 조약돌의 물수제비도 언제나 심해 그 자리 발 딛는 일이였을 더 이상 내게로 오지 않는 저 바위섬 파도치는 절벽에 하얗게 글썽이는 어머니 짜디짠 생으로 망초꽃을 피운다 ♧ 가파도 모슬포항 비릿함에 젖어야 이르는 곳 그리움도 질긴 인연도 여간해선 못 들이는 지금껏 쌓던 탑마저 슬며시 놓아야 하네 포제단 숨비기꽃이 자맥질하는 시각엔 누군가 대신해서 치렀을 제의인 듯 사방에 별빛이 내려 눈을 뜰 수 없었네 끝내 쫓아와 놓아주지 않던 바닷새 울음 바다식당 여주인 낭창낭창 밥 주문하라는 그 어떤, 언약보다도 나를 깨우..

아름다운 세상 2021.07.07

김규중 시집에 나온 이야기 (2)

* 활동의 폭, 판단의 폭이 넓은 공간에서 자발성은 싹이 튼다. * 자발성이 강하다는 것은 자기 주도성이 크다는 것. 자발성이 자연의 요소라면 리더십은 자연을 거슬러 가야 하는 것. 자연은 모순으로 가득차서 그 모순의 힘으로 움직이고,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자기 주도성을 조화롭게 재구성하는 힘으로 움직이고. * 자발성 시스템은 일의 시도와 보람, 시도와 보람, 시도와 보람이 계속 이어지는 시스템. 그리고 민주, 신뢰, 인정, 자율, 목표, 도전, 협력이 작동하는 시스템 * 학교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문화와 구조를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것. * 내가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염려를 갖게 하는 학교 문화, 내가 없어..

아름다운 세상 2021.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