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 세우고'

김창집 2021. 11. 25. 01:25

 

21회 제주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를 쓴

오승철 시조시인이 선정됐다.

 

오 시인은

전통적 서정과 순수 서정의 시 세계를

미학적으로 구축함과 동시에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민중적 시각에서 노래해

우리 전통 시조의 현재와 미래를

창조적으로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제주일보

 

* 수상 축하합니다.

 

 

멀구슬나무 2

 

-등신 같지?

오곡백과 다 걷힌 뒤 여물어

 

-등신 같지?

직박구리 한 입 만큼씩 여물어

 

한겨울 노오란 공양 받으시라 기꺼이

 

 

꿩꿩 푸드덕

 

술 끊고

담배 끊고

사람마저 끊어놓고

 

산 보고 바달 봐도 깨닫지를 못하겠다

 

절 같은 섬에 와서도

시끄러워 못 살겠다

 

 

으아리꽃

 

푸르다 못해

한 풀 살짝 꺾인 들녘

 

이 때다 이 때다 싶어

숨죽이던 것들이

 

일시에 벌촛길 따라

떠도는

저 말잠자리 떼

 

 

제주골무꽃

 

떴다!

포롱포롱, 범이라 꽃들이 떴다

 

잠시 방심한 사이

오종종 내민 숟갈

 

춘궁기 꽃자리마다

떼거지

그리움 떴다

 

 

바람꽃

 

싸락싸락 싸락눈 겨울 가뭄 그 끝에

너도바람꽃이냐

나도바람꽃이냐

섬 하나 둘러앉히고

물 위에 핀

집어등

 

 

가파도 1

 

바다가 자벌레 떼로 하얗게 우는 저녁

 

잎사귄가,

 

모슬포 앞바다에 툭 떨군 섬

 

백팔배 올리고 나도

 

다공질로 떠돈다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 세우고(황금알,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