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길댁이 전하는 시 ♧ 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디카 일기 2018.04.05
4.3 조상님을 애도하면서 - 현기영 4.3 70주년을 맞아 삼가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 4.3 조상님들을 애도하면서 - 현기영 춥고 음울했던 겨울은 지나가고 이제 봄입니다. 신생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들머리, 밭두렁, 언덕에, 묵은 풀 속에서 새 풀이 파랗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바다 물빛도 더욱 푸르러지고, 파래도 .. 디카 일기 2018.04.03
바람 속에 서서 - 강방영 ♧ 바람 속에 서서 - 강방영 아부지! 삼춘! 성! 아시! 가슴으로 날아온 총알, 흙으로 스며든 피, 아이들 이끌고 동굴로 숨었다가 캄캄한 어둠이 된 동네 사람들, 밤중에 붉게 타는 하늘, 화염으로 사라진 마을들, 바람이 피를 부르던 시절. 죽창 들고, 성담 쌓고, 삶의 뿌리를 지켜내자고 찌.. 디카 일기 2018.04.02
4.3 소리굿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 '민요패 소리왓'의 4․3 소리굿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가 오늘과 내일(3월 31일과 4월 1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올려진다. 안희정이 대본을 쓰고 변향자가 연출을 맡은 이 소리굿은 안민희가 기획을 하고 안무는 최미진이 맡았다. 사진은 2015년 4월 26일에 공연했던 내용인데 4․3 70.. 디카 일기 2018.03.31
4․3기념 시선집 '4월 꽃비'에서 ♧ 가메기 모른 식게 - 강봉수 물에 갇힌 섬동백 영등절 지나 동박새 하염없이 지져대더니 할아바님 우영밧 올해도 붉게 젖는다 자손을 탕진한 할아바님 장손집 둘째아들 양자 맞으시고 대를 이었더니 무자비한 꽃샘추위에 봄이 열리고 와싸와싸 허리끈 이어 잡고 내달렸던 장남은 오간.. 디카 일기 2018.03.29
제주수선화 다시 피어 눈이 오기 전에 한창 피던 제주수선화가 눈이 오면서 입을 다물었더니, 눈이 그치고 일주일 여 따뜻한 날이 계속되자 다시 소담스럽게 피었다. 한겨울 벌 나비가 없어 꽃술이 꽃잎으로 진화해버린 것으로 보이는 제주수선화. 오늘 꽤 차가운 날씨에도 끄떡 없이 향기를 내뿜는다. ♧ 한라.. 디카 일기 2018.02.17
'사려니숲길' 눈 위를 걷다 오랜만에 사려니 숲길 눈 위를 걸었다. 전에는 오름에 가기 위해 모인 날에 눈이 펑펑 쏟아지면 시외버스를 타고 가 하염없이 눈을 맞으며 걷곤 했는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몇 해 걸렀다. 지난 일요일에 그 가까이에 있는 삼다수숲 눈길을 원 없이 걸었는데, 웬 눈복 수요일에 또 눈길.. 디카 일기 2018.02.01
눈 속 아늑한 풍경을 찾아서 지난 겨울은 눈이 별로 안 내렸는데 이번 겨울은 일찍부터 눈 내리는 날이 이어져 자주 눈 속을 걷게 된다. 눈내린 풍경은 한결 같은 모습이지만 찍으면 그림이 될 것 같아 신나게 찍고 와도 마음에 차는 건 없다. 하여, 지난 일요일은 욕심 부리지 않고 돌 위에 쌓인 눈이 초가집처럼 보이.. 디카 일기 201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