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이 풀리는가 – 도경희 이슬처럼 청초한 아라크네가 칠 짙은 물레를 돌린다 실 한 가닥 한 가닥 몸에서 뽑은 씨줄에 달빛 날줄 엮어 금박 물린 구름 꽃 하늘에 눈부시게 얹혔다 사락사락 두메산골 긴긴 밤을 짜는 직녀의 아미는 얼마나 고운가 크고 작은 별이 눈을 깜박이며 견디고 살아낸 이방인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은하수가 흐르고 유성이 멀리 날아간다 ♧ 설악 해변에서 – 방순미 한낮 수평선 끝 시선 던져 놓고 멸치 떼 은비늘 튀듯 잔물결 눈부시다 오래 바라보니 파도 소리 사라지고 고요만 남아 밀려가며 밀려오다 섰다 지는 물 그림 말끄러미 바라보면 모래톱처럼 남은 상흔마저 지워져 흔적 없다 ♧ 백석천 – 오명헌 에미 청둥오리가 갓 부화한 그의 가솔 열두 마리를 데리고 학익진 대형으로 백석천을 유영해 가네..